‘10·29 진실버스’ 전국 순회를 마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5일 저녁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 참석해 <한겨레21> 특별판 <미안해 기억할게>를 받아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발생 159일째인 5일 저녁.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10·29 진실버스’를 타고 지난 열흘 전국 13개 도시를 돈 뒤 마침내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도착한 유족과 시민들 사이에서 “와아아” 하는 함성이 터졌다. “앞으로 더 힘을 내자”는 다짐의 함성이었다.
세찬 봄비가 내리다 그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지난 158일 하루하루를 이전과는 달리 살아온 유족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빗물 묻은 영정을 닦았지만 슬픔에만 잠겨 있진 않았다. 유족과 시민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159개의 별’을 기리는 추모대회에서 유족들은 지난 열흘 느낀 ‘연대의 힘’을 고백했다. 진실버스를 탔던 고 오지민군 아버지 오일석(56)씨는 “버스 출발할 땐 (냉대를 받을까) 우려도 많았지만, 격려와 위로로 연대한다는 분들이 많아서, 진실을 알리려 갔다가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159일이 지났다. 사진은 5일 낮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의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태원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우리가 진실을 찾겠다. 독립적 진상조사 특별법, 시민의 힘으로 반드시 제정하겠다”며 “다시는 국가의 부재로 이런 참사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져야 할 자가 책임지는 그날까지 함께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특별법 제정 청원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오른 지 열흘 만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들은 “이제 국회가 나서 특별법 제정에 초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진실버스는 이날 오후 4시께 서울에 도착한 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시민들과 함께 행렬을 이뤄 거리행진에 나섰다. 거리행진은 이태원역에서 시작해,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과 서울역 12번 출구를 거쳐 서울광장에서 끝을 맺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국민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아파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책무가 아니냐”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가족과의 면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제 현장에선 참사 이후 <한겨레>와 <한겨레21>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한 연재물 ‘미안해, 기억할게’를 묶은 특별판 400여부가 배포됐는데, 금세 동이 났다. 특별판엔 희생자 36명의 이야기가 72쪽 분량으로 실렸다. 특별판을 받아본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는 “가족들의 사연을 서로 알 길이 없었는데, 마치 국어사전처럼 ‘아이들의 사전’은 <한겨레21>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태원 참사 기록관이 생긴다면 영구 보존하고 싶을 정도로 뜻깊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한경균(56) 목사는 “아침마다 <한겨레> 기사를 읽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어서 고마웠다”며 특별판 여러부를 챙겼다.
5일 낮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59일 추모 릴레이 콘서트에서 무용가 윤해경씨의 무대가 이어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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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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