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으로 청년희망적금을 간신히 메우고 있는 한 청년이 휴대폰으로 매달 마이너스통장에서 적금을 넣기 위해 50만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게 호응이 컸던 청년 교통비 지원 사업을 연장 시행하자는 국회의 요청을 묵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2023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청년동행카드’ 사업을 유지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청년동행카드는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에 다니는 만 15~34살 청년 노동자들에게 매달 최대 5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8년 7월부터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이용자 만족도가 높아 지난해까지 연장 시행됐다가 올해 폐지됐다. 2022년 소요 예산은 936억원이었고, 실사용 인원은 15만9천여명에 이르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15일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요청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에게 “경제가 어려워지면 중소기업 그리고 청년 등 약한 고리부터 무너진다”며 사업 유지 의견을 냈지만, 장 차관은 “사업 우선순위를 감안했다”며 부정적 답변을 했다. 하지만 “위원회에서 반드시 (증액) 반영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김경만 민주당 의원)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상임위는 여야 합의로 사업 증액 요구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학영·송기헌·신현영 등 예결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서면 질의로 증액을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끝내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산업부가 (사업 유지에 따른) 성과가 불확실해 증액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청년동행카드는 저임금 중소기업 청년에게 실질적 도움이 됐고, 퇴사율을 낮추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한겨레가 2030 노동자 59명에게 한 설문조사에서 청년동행카드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15명 가운데 80%(12명)가 연봉 3천만원 미만 집단에 속해 있었다. 청년동행카드가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보전해주는 기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 중소기업 청년교통비 지원사업 개선대책 수립 용역 보고서’(2021년)를 보면, 이 사업 지원 대상 기업 3만 곳의 월평균 퇴사율은 사업 시행 이전 4.54%에서 시행 이후 1%로 대폭 줄었다. 미지원 지업 5만6천여곳의 퇴사율은 사업 시행 전후로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2021년 이용자 2만82명 대상 조사에서도 만족도가 90.7점(100점 만점)이나 나왔다. 공단은 “청년층 부족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지방 산업단지의 고용 환경에 기여하는 청년 교통비 지원 사업은 정책적으로 확대, 지속적인 사업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앞에서는 청년, 엠제트(MZ)라고 좋아하는 척하더니, 뒤에서 칼 휘두르는 정부”(서한솔·26살 중소기업 노동자)라거나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돌아간 사업이었는데, 사라진 게 아쉽다”(강보배·32살 대기업 노동자)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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