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 - 검사의 나라, 이제 1년’ 발간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누구의 나라인가.’ 일반 국민이 아닌 ‘검사의 나라’가 됐다는 게 참여연대의 총평이다. 윤석열 정부 1년을 돌아본 이들은 “검찰이 통치 주체로 진화했다”며 “군부통치 이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검사의 나라, 이제 1년’ 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을 열어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검찰공화국’ 행태와 수사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2008년부터 검찰 권한의 오남용을 감시하기 위해 매년 검찰보고서를 발간한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검찰보고서를 통해 ‘적폐 청산을 이유로 정부가 검찰을 적극 이용한 결과 검찰개혁이 왜곡됐고 검찰 정치화를 강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에서 ‘정치검찰’이 ‘검찰정치’로 진화됐다고 평가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태 검찰이 통치 수단으로 동원됐지만, 이 정부 들어 통치 주체, 권력과 정치의 주체로 나섰다”며 “검찰이 정치 방향과 사회 선악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영승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한양대 법전원 겸임교수)은 “정치권에 의해 좌우됐던 검찰이 수사로 정치권을 좌지우지한다. ‘검찰정치’로 진화했다”며 “정치적 기반이 약해 통치 기반이 필요한 대통령과 빼앗긴 수사권을 되찾으려는 검찰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라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정치’로의 진화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정부 주요 직책에 검찰 출신이 130명 넘게 등용되는 ‘검찰주의 행정’ 탓에 전문성 부족과 더불어 위헌적 관행까지 만연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헌법과 법률을 우회한 시행령 통치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까 걱정했다. ‘검찰 수사권 축소법’에 어긋나는 법무부의 ‘검수원복’ 시행령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유승익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한동대 연구교수)은 “(검수원복 시행령 등) 위헌적 관행이 ‘뉴노멀’이 돼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며 “군부통치 이후 민주화된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불공정한 수사’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최영승 위원은 “공정의 축을 상실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는 거의 성역”이라며 “전 정권이나 야권에만 초점을 맞춘 수사를 진행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라고 말했다. 전 정부 정책을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행태도 비판했다. 최 위원은 “‘북송 어민 사건’은 정권 차원의 정치적 의사결정인데, 결정 과정의 흠을 수사로 재단하면 (공무원 사회가) 복지부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같으면 단번에 ‘윗선’을 겨냥할 ‘이태원 참사’ 수사에서도 검찰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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