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누진제로 걷어간 전기요금 돌려달라”, 인정될까

더위가 찾아온 지난 16일 오후 대구 동구 신서동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등 때이른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낸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60여명의 소비자들이 제기한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앞서 다른 소비자들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누진제 소송’에서 대법원이 한전의 손을 들어준 이후 열리는 첫 재판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강재철)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원고 대리인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한국전력의 부당이익”이라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김아무개씨 등 소비자 68명은 2015년 한전을 상대로 누진제로 걷어간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2019년 7월 항소심을 제기했다.

쟁점은 전력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가 높게 부과되는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공정한지 여부다. 전기요금 가운데 누진제는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된다. 현재 누진제는 3단계로, 200킬로와트시(kWh) 단위로 나뉘어 요금이 적용된다. 사용량이 200킬로와트시(kWh)보다 적은 1단계에선 전력당 요금이 112원이지만, 400kWh를 넘는 3단계가 되면 299.3원으로 전력당 요금이 약 3배 뛴다. 현 제도는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일자 2016년 말 개편된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에게 적용됐던 누진제는 사용량에 따라 최대 11.7배까지 가격이 뛴다.

김씨 등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소비자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등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6조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누진제가 한전의 이익보단 정책적인 필요로 생긴 제도이고, 전기 공급이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사용자가 높은 단가의 요금을 부담하는 것이 형평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 소송 이전 유사 소송에선 대부분 소비자가 졌다. 2014년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은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모두 원고가 패소했다. 올해 3월 대법원은 “책정된 누진별 구간요금이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정도로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사건 누진제가 구 전기사업법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요금방식이라고 보기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소비자 손을 들어준 건 2017년 인천지법이 유일하다. 당시 재판부는 “주택용 전력 요금에 누진제를 규정하고 있는 약관은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에선 원고 패소로 뒤집혔다.

권지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