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 발족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하나의 현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는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이 아닙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을 통해 생명안전을 정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김훈(75) 작가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생명안전 동행) 발족기자회견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책무임을 명확히 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김훈 작가는 “일하다, 놀러 가다, 학교에 가다, 집에 가다 죽고 다치는 일상사는 인간이 개입해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는 커다란 재앙”이라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46개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와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생명안전 동행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끊임없는 재난과 산재 등을 막고자 그 대안으로 생명안전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지난 2020년 11월13일 국회에 발의된 이후 2년6개월째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재난·참사 피해 가족들과 시민사회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발족식에 나섰다”고 했다.
이들은 생명안전기본법을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법’이라고 소개했다. 법안엔 △안전권과 국가의 책무 명시 △위험에 대한 알 권리 보장 △피해자 인권 및 권리 보장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안전영향평가제도 △시민참여 추모와 공동체 회복 △피해자 모욕 금지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김혜진 생명안전 동행 정책위 위원은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제정돼 있지만, 이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서 한계가 있다. 안전사고 대응 원칙과 방향성을 국민·피해자의 생명과 인권문제로 설정하는 새로운 생명안전기본법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들은 국회가 하루빨리 생명안전기본법에 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재난·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재발방지 대책은 탁상공론으로 끝나는 게 반복된다”며 “모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 통과에 모두 노력해달라”고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46개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와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민동행’ 발족기자회견을 열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며 생명안전권리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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