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식 변호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2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신설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①판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아는 사람을 불러 심문할 수 있게 하고 ②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검색어·대상기간 등 집행계획을 기재하며 ③선별작업 등 영장 집행 시 피의자 등의 참여권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제도는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최대한 범죄 관련 정보만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제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수사기관이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①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보안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판사가 피의자나 변호인을 심문하게 되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뒤 필요 없는 정보는 모두 폐기하기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없고, 위법한 압수수색에 대해선 준항고(검사나 경찰관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해 법원에 제기하는 불복신청)를 통한 권리 보호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미 법원행정처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심문 대상은 대부분 영장을 신청·청구한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이 될 것이고, 심문절차도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수사 보안과는 무관하다”며 “이런 내용을 개정안에 명확히 넣으려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②전자정보 압수수색 집행계획 기재와 ③압수수색 참여권 강화 조항에 대해서도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게 수사기관의 입장이다. 마약·불법촬영물 수사의 경우 은어가 많고, 변주도 많이 되는데, 집행계획에 특정 용어만 검색어로 지정해두면 수사에 어려움이 커진다는 취지다.
정재우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형사지원심의관은 지난 5월2일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간담회에서 “마약 등 범죄 관련 은어 사용 가능성이 높거나 파일명·내용 변경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충분히 소명한다면, 검색어를 제한하지 않거나 다소 포괄적인 유형의 검색을 허용하는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시행일을 예정(6월)보다 늦추고, 관련 학술대회도 여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김혜경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압수수색 영장 또한 구속영장처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인데 사전심문제를 통해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 원장 출신인 홍기태 변호사는 “ 기술이 발전하면서 증거 유형이 변하다 보니 대부분의 수사가 스마트폰 압수수색을 기본으로 하는 상황이 됐다”며 “그로 인해 불거진 기본권 침해 문제에 대응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두고 “수사 단계에 법원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기간을 제한해서 영장을 발부했는데 수사기관이 압수물을 들여다보다가 제한된 기간 밖에서 범행과 직결된 증거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수사기관이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좀 더 구체적인 운영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