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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남 상인들은 두렵다…“올해 또 가게 다 침수될까 봐 걱정”

등록 2023-06-12 05:00수정 2023-06-13 00:22

서초·동작 침수피해 상가 현장
지난해 기록적 폭우로 상가 지하 완전히 잠겨
참사 흔적 여전…물막이판 외에 대응방법 없어
“정부 지원 500만원이 전부” 지원 역부족 토로
지난달 18일 찾은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 1층. 박지영 기자
지난달 18일 찾은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 1층.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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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던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1층 편의점 사장 ㄱ씨는 창밖으로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침수로 계산대를 다 뜯어고쳤는데…. 비만 오면 착잡하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네요.”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피해복구도 덜 된 상황에서 또다시 다가올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겨레>가 찾은 서울 서초구, 동작구 일대 곳곳에는 지난해 겪은 침수 피해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난해 폭우로 빗물에 완전히 잠겼던 진흥종합상가 지하 1층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상가 관리소장 ㄴ씨는 “환경이 쾌적하지 못하니까 임대가 안 되고 있다. 천장은 아직도 복구가 안 됐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상가 앞에 차수판 설치하는 것밖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ㄱ씨는 “지난 여름 폭우 이후 두 달 동안 복구 작업하느라 평소 매출의 20∼30%밖에 못 팔아 피해가 막심했다. 올해 또 가게 다 침수될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급격히 늘어난 빗물로 지하주차장이 잠겨 사망자가 발생한 인근 강남빌딩의 경비 직원들도 비가 오자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해당 빌딩 시설 관리업체 관계자는 “올해 장마 전까지 차수판(물막이판)을 모두 교체하려고 한다.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뜨면 직원들이 비상 대기하고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을 더 뽑을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1층 입구에 놓인 물막이판. 박지영 기자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1층 입구에 놓인 물막이판. 박지영 기자

지난해 물폭탄이 휩쓸고 간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도 올해 ‘역대급’ 폭우가 예상된다는 소식에 시름이 깊어만 간다. 남성사계시장에서 30년 넘게 양말, 속옷 장사를 해 온 이성분(76)씨는 가게 구석에 쌓아 둔 얼룩진 속옷 더미들을 가리키며 “지난해 빗물에 젖은 양말, 속옷을 열심히 빨아 다시 팔아보려고 했지만, 곰팡이가 슬어 결국 팔지도 못하고 어디 무료로 나눠줄 수도 없어 이렇게 쌓아두고만 있다. 올여름 비가 또 많이 오면 정말 다 버리고 산으로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씨는 “지난해 이후로 매번 비만 오면 ‘가게에 빗물이 차면 비닐을 어떻게 빨리 치지, 밖에 놓인 물건들은 어디에 두지’라며 머릿속으로 폭우 대비 훈련을 한다”라고 했다.

상인들은 지자체와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으론 침수 피해를 복구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시장 70곳에 청소비용 등으로 시장당 최대 1000만원, 전기시설 복구비로 점포당 최대 250만원을 지원했다. 남성사계시장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박재균(39)씨는 “침수로 가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 고치는데 5000만원 정도 들었고, 3개월 동안 영업도 제대로 못 했는데, 지원받은 금액은 500만원이 전부”라고 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 걸린 ‘호우대비 보강공사’ 안내 현수막. 박지영 기자
지난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 걸린 ‘호우대비 보강공사’ 안내 현수막. 박지영 기자

지금까지 행정안전부는 소상공인들에게 폭우 등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과 정부 등이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3자 기부가입’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올해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전체 지원예산 108억 가운데 77억원이 이미 집행되는 등 올해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 지원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 가입률도 지난해 31.9%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42.9%로 늘었다. 이에 행안부는 ‘제3자 기부가입’ 조건을 풍수해 피해 지역, 지하 또는 1층 상가·공장, 전통시장 등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재난관리실 재난보험과 관계자는 “재난에 취약한 지역, 대상자 위주로 먼저 지원하려는데, 가입자가 계속 늘면 예산 더 필요할 수밖에 없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예산을 더 확보하려 한다”고 했다.

재난 피해에 대한 정부 보상도 필요하지만, 갈수록 극심해지는 이상 기후 재난에 대응할 근본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단체인 플랜 1.5의 윤세종 변호사는 “정부가 공적 자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입해 취약계층의 재난 피해를 지원해야 하는 건 맞지만 예산 문제 등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재난 발생 유형, 지역, 피해 계층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1층 입구에 놓인 물막이판. 박지영 기자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1층 입구에 놓인 물막이판.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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