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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하차도 완전 침수 1시간 지나서야 ‘코드0’ 발령한 경찰

등록 2023-07-21 06:00수정 2023-07-21 13:32

112·119 신고로 본 ‘오송 지하차도 참사’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오전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오전 실종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방자치단체의 부실 대응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 당시 경찰은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되고 1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최단시간 출동을 명령하는 사건코드 ‘코드0’를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인력 투입도 늦었는데, 침수 초기 물을 뺄 수 있는 펌프차량은 2대뿐이었다.

20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충북청 상황팀 상황보고서’를 보면, 충북청은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난 15일 오전 9시54분에야 사건코드를 ‘코드2’에서 ‘코드0’로 격상했다. “(미호천 범람으로) 오송 지하차도 침수가 우려되니 차량을 통제해달라”(7시58분)는 112 신고가 들어온 지 1시간56분 만,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경찰 기준 8시50분)된 지 1시간4분 만이다. 5단계(코드0~4)로 분류되는 사건코드는 현장 경찰이 출동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긴급 신고’로 분류되는 ‘코드0’(최단시간 내 출동)와 ‘코드1’(우선 출동)은 바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해 완전 침수 판단을 한 건 오전 8시50분이었지만 차량 통제는 1시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고, 차량 유입은 계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들이 역주행해서 나오고 있는데 사고가 날 뻔했다. 통제가 필요하다(9시32분)”, “지하차도 물에 잠겼는데 차량이 계속 들어가고 있다(9시41분)” 등 교통 통제를 요구하는 신고가 9시44분까지 계속됐다.

참사 당시 지하차도 관할 파출소에 순찰차가 1대밖에 없어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경찰은 궁평지하차도가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뒤 1지하차도만 방문하고 2지하차도는 점검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관할인 오송파출소에는 순찰차가 1대여서, 1명을 궁평1지하차도에 내려주고, 2명의 경찰관이 다른 지역 하천 범람 현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 때문에 궁평1지하차도 출동 경찰은 2지하차도로 이동할 수 없었다.

경찰서 내 공조가 원활하지 않아 순찰차 추가 지원은 지하차도가 완전히 잠긴 뒤 이뤄졌다. 경찰서에서 충북청 다목적기동대 지원 요청을 한 것도 완전 침수 10분 뒤였다. 또 오전 11시45분 충북청 순찰차량 지원도 요청했지만, 지원 불가 통보를 받았다.

소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진희 충북도의원을 통해 입수한 ‘충북소방본부 119 신고 시간대별 조치 사항’을 보면 침수가 시작된 오전 8시36∼38분 모두 8대의 소방차량을 보냈지만, 이 중 물을 뺄 수 있는 펌프차량은 소형 2대에 그쳤다. 이후 “지하차도 다 잠겼다”, “물이 가득 차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등 급박함이 느껴지는 일곱차례의 신고에선 차량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았다. 경찰이 완전 침수로 판단한 8시50분을 5분 남기고서야 소방차량 54대를 추가 투입했다.

한편, 경찰 합동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참사 현장인 지하차도에서 충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45명 등과 합동감식을 벌였다. 이날 합동 감식반은 지하차도 중심부에 있는 배수펌프와 미호강 임시제방 등을 살폈다. 참사 현장 바닥과 천장엔 물에 휩쓸려 들어온 진흙, 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벽면 곳곳에 손자국 같은 흔적도 보였다.

참사 희생자 추모 열기도 확산하고 있다. 오송역 7번 출구 옆 희생자 추모 글 게시판엔 ‘평안하세요’, ‘747번 자주 이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곳에서 행복하세요’ 등 글이 꽂혀있다’는 글이 적혔다. 충북도청에는 이날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오는 26일까지 운영된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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