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민사회단체는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충상 상임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시은 교육연수생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이충상 상임위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6개 인권단체가 모인 인권정책대응모임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규정하는 인권위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공직자의 자질도 부족하다”며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밝혔다. 인권위법은 인권위원의 자격에 대해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은 74개 인권단체와 함께 이 위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사퇴요구서’를 인권위 민원 창구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이 스스로 사퇴할 때까지 매주 월·수요일 오후 12시30분에서 오후 1시10분까지 40분간 인권위 앞에서 단체가 돌아가며 1인시위를 열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가장 먼저 1인시위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체의 이런 행동은 이 위원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위원은 지난 5월 훈련소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권고안에 성소수자 혐오 표현이 담긴 소수의견을 담으려다 철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그 뒤로도 이 위원은 인권위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는 (피해자들이) 몰주의해서 발생한 참사’, ‘5·18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냐’ 등의 발언을 해 동료위원들로부터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결정하는 전원위원회에서 이 위원은 (참사에 대해) ‘구조적 문제는 없다’는 등의 말을 했다. 그의 말은 비수가 돼 가슴에 꽂혔다”며 “혐오와 차별로부터 인권을 지키는 기관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씨는 “국가가 국민을 외면할 때 인권은 국민의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그런 인권위를 원한다”며 “이 위원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벗어달라”고 말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이 위원 문제는) 개인 성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위의 공적인 역할, 공무 수행에 관한 문제”라면서 “공무 중에 이뤄지는 혐오는 규제돼야 하고 인권위에 혐오의 자리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몽(활동명)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권력자들의 노골적인 차별, 혐오, 선동을 겨냥하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일 수는 있어도 이를 반영하는 통로가 상임위원이 될 수 없다”며 “이 위원은 인권위원 자격이 없고 자진 사퇴가 유일한 명예”라고 비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시은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