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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 대령 왜 보호 안 하나’…군인권보호관 사퇴 외친 군사고 유족들

등록 2023-09-05 19:02수정 2023-09-06 17:09

윤승주 일병·이예람 중사 등 9명 유가족 항의 방문
“박 대령 같은 군인 있었으면 길거리를 안 헤매”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정훈 대령 같은 군인이 있었다면 유가족들이 길거리를 헤매는 일은 없었을 텐데….”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15층.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상임위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한 군 사망사고 유족들이 굳게 닫힌 출입문 앞에서 절규했다. 김 상임위원은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의 순직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긴급구제신청을 의도적으로 기각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군 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를 조사하는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지난 2014년 선임병들의 구타·가혹 행위로 사망한 고 윤승주 일병 사건을 계기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8년 만에 도입됐다. “아들딸의 피로 만들어진 군인권보호관”이 군 사망사고의 책임 규명 작업을 은폐하는 데 악용된다는 생각에 유가족들은 한마음으로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사퇴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이곳에 섰다.

유가족들은 이날 김 상임위원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인권위 쪽은 김 상임위원이 외부 강의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워 면담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유가족들은 김 상임위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자리를 옮기길 거부했다.

군 사망 사고 유가족들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15층에 위치한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유가족 제공
군 사망 사고 유가족들이 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15층에 위치한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유가족 제공

이날 항의 방문에는 윤 일병과 이 중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지난 2016년 군 복무 중 백혈병을 제때 진단·치료받지 못해 숨진 홍정기 일병, 훈련장에서 장갑차 사고로 숨진 고 남승우 일병, 고 황인하 하사, 고 고동영 일병, 고 박세원 수경 등 9명의 유가족이 참여했다.

고 윤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유가족들이 군인권보호관제도 도입 참 잘했다 생각하고 좋아했다. 그런데 김 보호관이 긴급구제신청 안건 논의를 위한 회의에도 참석을 안 했다니 ‘멘붕’이 왔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건지”라며 “십여년 전 승주 사건 때 (박 전 단장 같은) 수사관만 있었으면 지금까지 우리가 가슴 아프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군인권보호관이 없어 우리 예람이가 죽었단 말이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군인권보호관이 들어온 것”이라며 절규했다.

김 상임위원이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와 임태훈 소장을 상대로 5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 상임위원은, 박 전 단장 긴급구제 안건을 다루기 위해 소집된 지난 8월 상임위에 자신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임 소장이 “의도적 회피로 보인다”고 언급한 것 등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고 이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는 “아무도 우리를 바라보지 않을 때 군인권센터에서 우리를 걱정해주고 보호해줬다. 결국 인권보호관은 우리 편이 아니라 군의 편이었다”며 “군인권보호관이 이름에 걸맞은 행동과 일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고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는 “인권위 이름으로 인권단체를 고소했다.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1시간30분간 김 상임위원을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고 윤 일병 매형인 김진모씨는 “긴급구제 안건 처리 때 도망가셨던 것처럼 오늘도 도망가신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이런 분한테 저희 애들을 맡길 수 없다. 이분은 사퇴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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