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특혜 의혹’ 등으로 두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건 기로에 섰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핵심 관계자로 거론된 지 2년 만에 법원에 나와 첫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지난 2월 첫 구속영장 청구 땐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7분부터 저녁7시20분까지 9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위증교사 혐의 순서로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방을 벌였다. 낮 12시40분께까지 2시간 동안 백현동 사건을 심리했고, 30여분간 휴정한 뒤 오후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부터 심리했다. 법정 밖엔 만일에 대비해 응급구조박스가 배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9.26 연합뉴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2023.9.26 연합뉴스
검찰과 이 대표 쪽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 등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검사들과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검사 등 8명을 투입했다. 이 대표 쪽도 기존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 외에 판사 출신 변호사 등을 보강해 총 6명이 심사에 임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고, 이 대표 쪽 변호인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 부장판사가 혐의에 대한 궁금증을 표하면 이 대표의 변호인이 답하고, 이 대표가 간단히 보충 설명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증교사 혐의 관련 심문이 이뤄질 때 법정 안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박균택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 돼 대장동 등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에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 도지사가 된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수사가 이어져 안타깝고 억울하다.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짧게 최후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저녁 7시23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 대표는 병원에서 준비해온 미음으로 저녁을 먹고 7시52분께 법원 밖으로 나왔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소회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대표는 대답 없이 검은색 에스유브이(SUV) 차량에 올랐다. 이 대표를 기다렸던 지지자들은 “이재명” 구호를 외쳤다. 이 대표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장시간 계속되는 가운데 26일 오후 이 대표 구속에 대한 찬반 시위가 계속되는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오전 10시3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지팡이를 짚고 내린 이 대표는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한말씀 해달라’ 등의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우산을 들고 지팡이를 짚고 땅을 응시한 채 발걸음을 뗀 이 대표는 천천히 걸어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도착한 지지자들은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법정 앞 복도에서 잠시 휘청거리기도 했다.
법원 앞에선 이 대표의 지지자와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로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민주당원 비상행동’, ‘촛불연대’ 등 이 대표 지지자 200여명은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구속영장 기각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회원 100여명도 법원 정문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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