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경찰 무인단속 장비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2년 사이 해당 구역에서 어린이 사망을 포함한 교통사고가 해마다 500건을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학교 주변 일방통행로 설치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 받은 자료를 3일 보면, 올해 8월 현재 어린이보호구역 안에 과속이나 신호를 단속하는 장비는 전국 9638대가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 8423대이던 것과 견줘 8개월 만에 1200여대가 늘었고, 2021년 4525대와 견주면 갑절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정부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단속 장비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뒤, 후속 조처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어린이들은 교통사고로부터 여전히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1년 523건에서 지난해 514건으로 불과 9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21년 2명이던 사망사고는 오히려 지난해 3명으로 늘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단순히 사고를 적발할 장비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하고, 일부 지역사회의 협조도 원활하지 않은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강 의원실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있었다”며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해당 초등학교 교통안전을 점검하면서 관할구청과 경찰서에 인근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강남구청이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대다수가 반대해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학교 주변 자동차 일방통행 도로를 늘리자는 심의 요청이 최근 5년간 128건 있었지만, 이 가운데 86건만 통과됐다. 심의 탈락 사유 가운데 주민 통행불편, 우회도로 미비, 주민 공청회 과반수 이상 반대 등이 절반에 가까웠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더 적극적인 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득구 의원은 “민식이법 시행과 여러 안전체계 구축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하지 않는 점에 대해 관계기관과 합동점검을 통해 철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며 “억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부처가 함께 어린이 보행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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