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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인파위험 보고 간과에도…“책임추궁 부담 안 느꼈다”는 경찰

등록 2023-10-23 17:57수정 2023-10-23 19:42

전 서울청 정보부장 보고서 삭제지시 혐의 재판
‘특정문서 삭제 아닌 일반적 문서 관리’ 지시라 주장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왼쪽)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지난 6월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왼쪽)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지난 6월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 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하루 이틀 정도 뒤 전 국민적 의혹 해소 및 재발방지 등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서울청 정보부 관련 책임 추궁 기사에 부담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 별 부담 안 느꼈다. 안전사고 우려있다는 내용이었다는 부분에 대해 파악했는데, 보고서 전체 취지로 봐서 그런 안전사고는 아니라고 직원들이 판단했고, 저 역시 그 판단에 동의해 서울청 조치는 큰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검사 : 정보관들은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핼러윈 축제인 만큼 어느 정도 사고 예상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

박 전 정보부장 :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가 예견된 건 아니라 생각한다.

검사 : 핼러윈에 많은 인파가 모인다는 건 안전사고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위험성 예측하고 보고서가 작성된 거 같은데 어떤가.

박 전 정보부장 : 너무 확대해석하는 건 문안 의미와 맞지 않는 거 같다.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내부에서 작성된 안전 대책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이 재판에서 “확대 해석”, “예견된 참사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23일 오후 박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에 대한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직후 용산서 정보과 직원 ㄱ씨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를 받는다.

이날 공판에선 박 전 부장이 김 전 과장의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과 김 전 과장 쪽 변호인 등으로부터 신문을 받았다.

검찰은 박 전 부장에게 지난해 11월1일 서울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서 ‘불필요한 문서가 남지 않도록 문서를 관리하라’는 것이 사실상 용산서 등이 생산한 핼러윈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그러나 박 전 부장은 “특정 문서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문서관리 규정에 따라 하라고 강조한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목적이 달성된 문서들을 폐기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11월2일 김 전 과장과 통화한 이유에 대해선 “단체채팅방 메시지를 읽었는지 묻고, 문서 처리 규정을 설명하고 규정대로 하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김 전 과장 쪽은 “박 전 부장으로부터 카카오톡과 전화로 반복적인 (삭제) 지시를 받았고, 박 전 부장이 관련 규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서 위법한 명령이라고는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공판에 앞서 서부지법 앞에서 “안전 문제를 언급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했던 것은 진상규명 행위를 훼방하는 것”이라며 “박성민 등 정보 경찰에 대한 신속한 재판 진행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천윤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티에프(TF) 변호사는 “박 전 부장은 정보보고서 삭제를 앞장서서 지시한 사람이자 참사의 책임을 지자체로 몰고 경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모습까지 보인 사람”이라며 “그가 어떤 거짓말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늦어도 내년 2월 안에 이들에 대한 재판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배성중 부장판사는 “내년 2월 재판부 변동이 예고되어 있어 신속하게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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