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 오천교 인근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 중 급류에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채아무개 상병의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1광역수사대장(1광수대장·중령)이 경찰에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넘기면서 “군사 경찰에서 (수사 외압을) 느꼈던 것과 동일하게 경찰 수사단계에서도 외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명한 사건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1광수대장은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당사자로, 해병대 중앙수사대장(대령)으로부터 ‘대통령이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1광수대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사실확인서는 1광수대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 쪽이 지난달 수원지법 재판부에 수사외압의 주요 근거 자료로 제출했다. 박 단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보직 해임된 뒤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1광수대장은 사실확인서에서 ‘외압을 느꼈다’고 밝히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나열했다. 1광수대장은 사실확인서에 “(7월31일 국회 국방위 대상 설명과 언론브리핑이 취소된 뒤) 해병대수사단에 복귀해 중앙수사대장 중령으로부터 브리핑 등이 취소된 사유에 대해 ‘대통령이 이런 일에 사단장이 포함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 군의 사기는 어떻게 되겠냐라며 해병대 1사단장 소장 임성근을 관계자(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적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방부, 국가안보실 등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원인과 책임을 대통령과 국가안보실, 국방부가 축소 및 은폐하고 수사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피고발인 5명을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김혜윤 기자
1광수대장은 포항으로 복귀한 뒤인 8월1일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연락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외압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1광수대장은 “지난 8월1일 군검사로부터 ‘본 사건과 관련이 없는 대구지검 포항지청 ㄱ검사에게 전화가 와서 변사 사건 기록을 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기록열람을 요청해 난감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말을 듣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1사단장의 사촌동생이 ㄴ지청 검사장으로 근무했다는 것과 1사단장이 일부 국방위원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대통령 및 장관의 지시가 더욱 수사 외압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8월2일 경찰에 사건을 넘기기 위해 경북경찰청에 도착한 1광수대장은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변사 사건 기록을 보기 위해 경찰에도 연락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1광수대장은 경찰에 추가 수사 필요사항을 넘기며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이유 등을 설명하고 “군사경찰 입장에서는 수사 외압으로 느껴졌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경찰은 ‘ 해군검찰단 군검사에게 연락한 대구지검 포항지청 검사가 7월28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도 연락해서 사건기록을 인계받았는지, 언제 인계받을 예정인지, 인계받은 이후 기록을 열람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답했고, 이에 1광수대장은 “같은 검사가 경찰에도 연락했다는 것을 듣고 군사경찰이 느꼈던 것과 동일하게 경찰 수사단계에서도 외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니 투명한 사건처리를 부탁했다”고 사실확인서에 썼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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