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9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담당 검사 3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불기소사유로 “(2013년 당시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의) 뇌물 단서를 찾아냈다”면서도 “(뇌물 단서를 법리적으로 구성해) 혐의를 인지하지 못해 특수직무유기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수처의 ‘김학의 수사팀’ 특수직무유기 혐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공수처는 “피의자들은 경찰 송치기록을 검토한 다음 뇌물 관련 혐의를 찾기 위해 김 전 차관 등 주요 관계자를 다수 조사했다”며 “그 과정에서 뇌물 관련 단서와 정황들을 다각도로 추궁하는 등 뇌물 관련 증거자료를 찾아내고자 나름대로 충실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뇌물 관련 혐의 단서나 정황이 부족해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수사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지난 10월 공수처 조사를 받은 윤재필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역시 공수처에 “추가로 뇌물 혐의 단서나 정황을 찾기 위해 관련 기록 검토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다만) 당시 배경사실이나 정황만으로는 뇌물 관련 혐의를 발견할만한 단서로 보기에 부족해 혐의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에 불출석한 나머지 검사들 또한 “뇌물 혐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내용을 2019년 검찰 재수사단에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3년 당시 단 한번의 강제수사도 없이 김 전 차관을 불기소한 바 있다.
공수처는 당시 수사의 어려움 또한 불기소 처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수사팀 검사가 결재권자를 비롯해 3명이었고, 핵심 관계자인 여성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자료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스폰서’ 건설업자 윤중천씨 또한 김 전 차관 진술을 회피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2019년 검찰 재수사단은 ‘전방위적 강제수사를 통한 재수사’ 등을 통해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할 수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8월 뇌물 공여자 진술이 검찰 회유로 오염됐을 수 있다며 김 전 차관의 무죄를 확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수사가 아쉽다면서도 ‘직무유기’ 법리 적용이 쉽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검찰 간부는 “뇌물 사건의 기본은 계좌추적이다. 강제수사 한번 없이 처분했다면 2013년 수사팀의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지점”이라며 “공수처 수사도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단 한번의 강제수사도 안 했다면 2013년 수사팀의 ‘봐주기’가 의심된다”면서도 “직무유기죄는 입증이 쉽지 않은 범죄다. ‘혐의 인지를 하지 않기 위해 수사 자체를 안 했을 경우’에는 고의 증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발인 차규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9일 공수처에 이 사건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냈다. 차 연구위원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명백한 (뇌물 혐의 관련) 진술이 확보돼 있었다”며 “사법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에서 불기소 처분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은 검사 불기소 타당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재정신청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공수처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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