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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번에는 산자와 죽은자 하나되는 상생평화의 춤을!”

등록 2007-06-08 00:42수정 2007-06-08 14:24

20년만에 춤사위 다시 펴는 이애주 교수
20년만에 춤사위 다시 펴는 이애주 교수
20년만에 춤사위 다시 펴는 이애주 교수
1987년 6월26일 오후 1시 서울대 민주광장에서 흰 베옷을 입은 여인이 살풀이춤을 너울너울 췄다. ‘바람맞이’ 춤을 추는 동안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의 넋이 되살아났다. 숨죽여 춤을 지켜본 학생들은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한달 뒤 고 이한열의 장례식장에 다시 나타난 그는 연세대 정문에서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을 재현하는 길닦음 춤을 추었다. 그후로도 민주화의 현장 한가운데에서는 항상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80~90년대 민중의 희망과 한을 춤사위로 담아낸 춤꾼 이애주(60) 서울대 교수가 ‘6월 민주항쟁’ 20돌을 맞아 87년 6월 당시 민주화 항쟁의 불꽃을 지폈던 ‘이애주의 시국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는 9일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남대문에서 시청 앞 광장으로 시민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1시간 동안 ‘길놀이 춤’판을 벌인다. 또 시청 앞 광장에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행사 국민대축제’에서 ‘상생평화 춤’을 춘다.

“그해(1987년) 1월에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죽었고, 주위의 선후배와 동지들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춤꾼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의 참본성이란 어떤 것인가? 태어남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가혹하게 피해를 주는 자와 당하는 자는 무엇인가? 그 사이에 생명이란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생명의 일생을 춤으로 담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교수는 7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당시 ‘시국춤’으로 불렸던 자신의 춤을 “춤의 본성을 찾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춤의 본성은 무대 위의 춤 뿐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삶의 현장에서 움직였던 것인데, 모든 것이 서구 가치관으로 문화가 정리되면서 무대 위의 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디든지 삶의 현장에서 삶의 움직임,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는 9일에 준비하는 춤판은 “지나간 역사를 되살리고 새 역사를 맞이하는 ‘역사맞이 춤’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바로 6월 민주항쟁의 역사와 역사 속의 죽음이 ‘상생평화 춤’의 정신으로 오늘날에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남대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걷기춤은 모두가 쉽게 참여하는 거리춤으로, 걸으면서 손뼉치기·수박치기·몸치기 등을 하면서 하나가 되는 역사의 대동맞이 걷기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시청 앞 광장에서 610명의 북패들과 함께 이한열, 박종철, 전태일 등 그동안 민주화를 열망하면서 산화해 간 모든 열사들의 혼을 불러 경배드린 뒤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 되는 ‘상생평화의 춤’판을 꾸민다.

그는 이날 춤판이 “6월 항쟁 민주화의 대함성을 역사정신으로 계승해 21세기 새로운 문화예술로, 또 시민의 정신으로 그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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