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가 해법일까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학교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도 가해 학생 처벌 강화 등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폭력행위는 엄단하면서도 가해 학생을 끝까지 책임지고 교육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학교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학교폭력이 뿌리내린 배경에는 학교나 교육당국의 ‘뒷짐’이 자리잡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존재하지만, 가해 학생 처벌에 대한 강제규정이 없어 무용지물이었다. 이에 국회는 ‘빵셔틀’ 같은 강제적인 심부름도 학교폭력에 포함시키고, 전학 조처를 받은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이 있는 학교로 돌아올 수 없게 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김대유 경기대 교수(교직학과)는 “학교폭력의 정의를 구체화한 건 바람직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조처를 일선 학교에만 맡겨놓으면 문제해결이 안 된다”며 “학교가 책임지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나 중앙정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걸 한양대 법대 강사도 2010년 12월 발표한 ‘학교폭력 대책법의 비판적 검토’ 연구보고서에서 학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학교폭력이 고등학교보다 중학교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중학교는 의무교육 기간이라 퇴학을 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박 강사는 “징계를 이행하지 않으면 추가로 징계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 일단 퇴학 처분을 내린 뒤 가해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을 경우 사면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소년원에 보내기만 하면 되나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지난달 29일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최저 연령을 현행 14살에서 12살로 낮춰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학교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심각한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학교폭력이 흉포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구속수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박순진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인격적·정서적 성장이 예전에 비해 빨라진 건 사실이므로,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그런 조처가 ‘학생이 웬만큼 잘못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경계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년사법제도는 청소년 보호 관점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청소년이 비행을 저질렀을 때 보호처분을 실효성 있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소년법에는 10가지의 보호처분이 있다. 그중에서 정부가 해야 할 보호시설 위탁이나 병원 심리상담 처분은 예산이나 위탁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가벼운 범죄면 보호자 위탁으로 부모에게 돌려보내고, 심각하면 소년원에 보내는 정도다.
박 교수는 “누구나 ‘처벌’을 말하는데, 강력 처벌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며 “실효성 있는 보호처분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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