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씨의 6주기를 맞아, 지난 3월6일 서울 강남 삼성 본관 앞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황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오열하며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경호 기자
반올림쪽에 “노조 있는 하이닉스
발병률 더 높지 않나” 되묻는 등
삼성전자 협상 자세 문제점
“사과는 이미 할 만큼 해” 발언도
발병률 더 높지 않나” 되묻는 등
삼성전자 협상 자세 문제점
“사과는 이미 할 만큼 해” 발언도
‘하이닉스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한겨레> 보도 이후 2주 만에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 백혈병’ 협상에도 새로운 국면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사이의 협상은 최초 문제제기로부터 7년여 만에 시작됐는데도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올림 쪽은 최근 협상에서 삼성이 보인 태도에 비춰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한겨레 보도에 대한 삼성의 반응을 꼽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5차 협상에서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가 ‘노조 없는 사업장의 산재 발생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노조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문서화하자고 요구하자, 삼성 쪽 교섭위원이 “(노조가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더 높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는 것이다. 반도체 직업병 산재가 삼성뿐 아니라 업계 전반의 문제임을 지적한 기사를 두고, 노조 유무와 결부시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셈이다. 더구나 한겨레는 하이닉스 노조도 산재 문제를 방관하다시피 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밖에도 협상에 임하는 삼성의 태도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다.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올림 쪽의 요구에 삼성은 “사과는 이미 할 만큼 다 했다”며 “안전보건 관리에 소홀했던 점, 산재 신청을 방해했던 점 등을 인정하라는 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은 “피해자들이 직접 당한 회유와 협박 등의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계속 부정한다면 피해자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주는 것”이라며 “삼성의 진정성이 신뢰를 받으려면 자신들이 준 상처에 대한 인정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하자는 삼성 쪽 주장도 논란거리다.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진상규명 없이 보상을 먼저 논의하자는 태도는 협상을 종결짓자는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건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삼성은 산재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을 거부하고,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 대표 8명에 대해서만 우선 보상한 뒤 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나머지 보상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의 임자운 변호사는 “그동안 산재 신청자들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자료를 요구할 때마다 삼성은 있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자료가 아예 없다고 해왔다. 추후에 보상심의위원회를 설치해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우리의 요구는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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