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숨진 아이들 1년 가까이 학대 당해
1년 지나 재학대 발생 ‘4건 중 3건 꼴’
숨진 아이들 1년 가까이 학대 당해
1년 지나 재학대 발생 ‘4건 중 3건 꼴’
아동학대는 대개 반복되고 지속된다.
4일 <한겨레>가 2008~2014년 학대로 사망한 아이 112명의 자료를 심층분석해보니, 학대가 지속된 경우는 확인된 사례 79건 가운데 74건(93.6%)이었다. 다섯살 연수(가명) 아빠는 병원 의사,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신고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딸이 생을 마칠 때까지 손찌검을 계속했다.
79건 가운데 좀더 구체적으로 학대 시작일이 확인된 사례는 35건이다. 이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학대받은 기간은 평균 362.7일이다. 1년 가까이 학대가 지속된 것이다.
학대의 지속성 안에는 학대의 반복이 자리잡고 있다. ‘똥오줌을 못 가린다’, ‘잠을 자지 않는다’는 등의 생리적인 이유로 인한 학대의 경우엔 대부분 반복을 전제한다. 똥과 잠은 사람이라면 반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학대로 숨진 9개월 된 승리의 몸에서 멍, 찢긴 상처 등은 반복된 학대의 결과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시작한 훈육(21.8%)도 마찬가지다. 여덟살 나람이의 몸에는 멍, 화상 흉터 등 학대가 반복된 흔적이 곳곳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신체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서학대와 방임도 마찬가지다.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지속은 학대의 보편적 양상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펴낸 ‘2013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전체 아동(사망 아동 포함)의 재학대는 6796건 가운데 980건으로 14%를 차지한다. 이는 첫 학대 신고 이후 또다시 신고가 이뤄진 경우여서, 실제 재학대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개입해 아동학대로 판정했음에도 1년이 지나 학대가 다시 발생한 사례는 전체 재학대 사례의 75%에 이른다. 3년이 지난 시점에 재학대가 벌어진 사례도 356건이었다. 또 2010년 503건이었던 재학대 사례 건수는 2013년에는 98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정숙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는 “학대 행위자의 아동학대는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심리나 행동에 있어 만성적으로 축적된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개인의 결심으로 멈추기 힘들기 때문에 피해자 구제만이 아니라 가해자 교육이나 치료가 중요하며, 지속적인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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