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피고인 선고 현장
학대는 정신질병 연관…치료 병행하고
사전에 예방 차원 부모 교육도 필요해
사전에 예방 차원 부모 교육도 필요해
화를 참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2007년 3월 김아무개(36)씨는 13개월 된 제 아들이 텔레비전 시청을 방해하는 것에 화가 나, 아들의 머리를 벽에 세게 밀었다. 어린 아들은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다음날 사망했다. 김씨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2년을 살아야 했다. 7년이 지난 2014년 7월 김씨는 다시 법정에 섰다. 이번엔 3살 된 제 딸을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연속된 아동학대에 관할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김씨가 모두 46차례의 심리치료 상담을 받도록 했다.
아동학대는 반복된다. 아동을 때려 처벌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 가해자가 다시 제 아이를 때리고, 학대받은 경험을 가진 부모가 제 아이를 학대한다. 학대와 훈육을 제대로 분별 못해 폭력이 반복되기도 한다. 학대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가해자에게 처벌과 함께 적절한 심리치료,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가정불화와 경제 문제, 정신질환 등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아동학대 사망 가해자 4명 중 1명(23.9%)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에 시달린다. 올해 초 ‘아동학대 행위자 치료 프로그램 개발’ 보고서를 쓴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높은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다”며 “정서적 불행감 및 불안정성이 높고, 특히 가족간 관계에서 이런 특성이 높을수록 아동학대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알코올 남용이나 중독을 경험했을 가능성도 높게 나타났다. 이런 경향을 치료하고 개선하지 않은 채 아동과 재결합한다면 아동학대는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아동학대 가해자의 치료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법원이 가해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 프로그램의 이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은 진작부터 가해자를 치료·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형사처벌과 별도로 학대행위자에 대한 부모 교육, 정신질환 및 약물중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독일은 자녀 양육에 문제가 있는 가정을 발견한 경우 부모에게 양육 상담과 부모 교육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아동을 이해하는 부모 교육은 스웨덴·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2003년 보건복지부 발주로 ‘아동학대 행위자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한 안동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분노조절이나 아동 훈육, 아동과의 의사소통 방법 등을 배우고 치료를 받는 것은 궁극적으로 좋은 부모가 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끝>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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