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사진 김미향 기자
“투표는 우리(시민)가 가진 권력 중 가장 센 권력이거든요. 투표를 통해 우리 문제를 바꿔나갈 수 있으니까요.” “첫 투표는 ‘성년이 됐다’는 인증 같은 설렘만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한 표를 찍고 나니 없던 관심이 생기더군요.”
최은혜(23·식품영양학과) 이화여대 총학생회장과 박혜수(25·토목환경공학과)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이렇게 다른 ‘첫 투표의 기억’을 갖고 있다. 최씨는 2012년 총선 때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한 표’를 행사해왔던 ‘열혈 유권자’였지만, 박씨는 꼭 그렇진 않았다. ‘내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부모님이 원하는 후보자를 찍은 적도, 그저 ‘이미지’가 좋아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를 한 적도 있다.
첫 시작은 달랐어도 4·13 총선을 앞둔 지금, 두 사람의 생각은 한 ‘의문’을 두고 만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을 보면, 20대 초반의 투표율은 45.4%이고, 20대 후반은 37.9%까지 내려간다. 전 연령대 평균(54.2%)에 크게 못 미친다. 거의 선거 때마다 모든 연령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20대 투표율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대 투표율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
두 사람은 한국의 정치 현실이 청년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서대문구 갑’ 지역구 후보자들의 공약을 들어요. 하지만 나와 관련 있는 얘기로 들리진 않아요. 저는 지금 4학년인데 당장 내년에 어디서 살게 될지조차 모르거든요.” 박씨는 고향을 떠나 주거가 불안정한 대학생들이 지역구 관련 공약에 관심을 갖기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청년 관련 의제들로 후보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투표 참여를 어렵게 하는 현실적 장애도 있다. 최씨는 “신입생 때 생일이 지나지 않아 투표권이 없던 친구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이 선명하다”며 “청년들도 투표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투표권이 없거나 가까운 곳에 투표소가 없고 부재자 투표 절차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제 도입 뒤 2014년 지방선거부터 대학 내 투표소는 자취를 감췄고,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묶여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기엔 투표시간은 너무 짧다.
대학 총학생회 40여곳이 속한 대학생·청년 공동네트워크는 연세대에서 만든 ‘디데이’(D-Day) 등 기획단을 꾸려 온라인에서 투표 독려 운동을 벌이는 한편, 대학 안에 사전투표소 설치와 투표시간(현행 오전 6시~오후 6시) 연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청년들의 투표율을 높일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수저-흙수저’ ‘열정페이’ ‘엔(N)포세대’ 등이란 말로 표상되는 청년층의 좌절과 분노를 ‘50% 이상 투표율’로 바꾸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20대의 투표율이 낮다곤 해도, 18대 선거에 비해 19대 선거 때 10%포인트(20대 전반 32.9→45.4%, 20대 후반은 24.2→37.9%) 투표율이 상승했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거예요.” 두 사람이 입을 모아 얘기했다. <끝>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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