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현장에 가 장모만 위로” 우병우 황당한 궤변

거짓 해명 논란 우병우, ‘해명과 궤변의 1시간’
처가 부동산 계약 장소에 가 “주로 장모만 위로했다”
진경준 인사검증 실패엔 “차명재산·계좌 볼 근거 없다”
아들, 의경 선호 보직 배치엔 “아들 상사 전혀 모른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2월 민정수석 발탁 이래 사실상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나선 20일, 그의 입에서 나올 말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 자리에는 고위공직자로서 의혹의 중심이 된 데 대한 사과도, 명쾌한 해명도 없었다.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는 지적과 함께 처가 부동산 매매와 관련해서는 앞선 거짓 해명을 덮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동산 매매의 적절성을 떠나, 고위공직자로서 연거푸 거짓 해명을 한 것은 공직을 유지하는 데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 “관여 안했다”에서 “장모님 위로만 주로 했다”

이날 우 수석은 ‘부동산 계약서를 직접 검토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난 18일 “처가와 넥슨과의 부동산 매매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는데, 우 수석이 직접 매매 계약서를 검토했다면 애초의 해명이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우 수석은 이날 새로 제기된 ‘계약서 검토’ 의혹에 대해 “(넥슨과 처가 부동산 매매) 계약 당일 장모님이 와 달라고 해서 갔다. 가서 주로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해드리는 일밖에 없었다. (장인이) 열심히 일해 번 땅을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 많이 우셨다. 그래서 제가 그날 위로해드렸다. 이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계약 장소에는 갔지만 계약서 검토는 하지 않고 장모만 위로했다는 것이다.

우 수석의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 계약에 관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한겨레>에 “내 사위가 검사인데 부르겠다고 장모가 말했다”, “검사인 사위가 와서 계약서를 검토했다”, “우 수석이 와서 계약 내용을 살폈다”고 증언했다. 매수자인 넥슨 쪽에서 변호인이 2명이나 참석해 계약서 작성을 주도했는데, 매도인 쪽은 따로 변호사 등이 없었다. 현직 검사로 법률전문가인 우 수석이 이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1300억원대의 부동산 계약 현장에 법률가로 가서, 계약서 등을 살펴보지 않고 장모만 위로해줬다는 얘기를 누가 믿겠느냐”며 “부인이 20% 지분을 가진 부동산 계약에 대해, 남편인 우 수석이 계약서를 살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수석이 “계약 당일 ‘주로’ 장모만 위로했다”고 말한 대목도 의구심을 키운다. 그는 ‘주로’ 장모를 위로했다고 말했는데, ‘계약서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법률전문가인 우 수석이 교묘하게 해당 부분을 제외한 채 얘기한 것일 수 있다.

우 수석은 당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검찰 내 핵심 보직을 맡고 있었고, 저축은행 수사도 시작된 상황이었다. 계약일이 금요일 평일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점심시간에 갔는지 또는 근무시간이었으면 휴가계 등을 냈는지도 조사가 필요하다.

■ 진경준에 대해선 회피 태도 일관

그는 이날 진경준 검사장(구속)과의 관계에 대해선 강력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강남역 땅 매매에 진 검사장이 중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절대로 진경준을 통해 김정주 대표에게 부탁한 적도 없고 다리를 놔준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개업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넥슨과 우 수석 처가 간의 직거래였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태도일 수도 있지만, 의혹이 커질 경우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들은 또 우 수석에 대해 진경준 검사장에 관한 인사검증 실패 책임론을 집중 추궁했지만, 우 수석의 논리는 단순했다. “인사검증에 대해서 차명재산, 차명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진 검사장은 비상장 상태의 넥슨 주식을 공짜로 받아 2015년 기준 80여만주, 120여억원어치를 보유했다. 10년의 보유기간을 고려하더라도, 현직 검사가 갖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고 큰 금액이다. 게다가 진 검사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근무했던 점을 고려하면 직무상 넥슨 주식 보유가 상당히 부적절하다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해 검증 작업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 실무팀에서 ‘부적절’ 의견이 제기됐지만 무시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응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검증 실무팀에서는 이 (넥슨 주식)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좀 부적절한 거 아니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들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민정수석이 ‘법적 근거’만 운운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아들 규정 어긴 데 대해선 언급 않고

우 수석은 또 의경으로 입대한 아들의 전출 특혜 논란과 관련해선, 규정을 어긴 데 대한 언급 없이 “제가 한 일을 넘어서 심지어 우리 아들 문제까지 거론되는 걸 보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고통스럽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유학 간 아들이 귀국해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아들의 상사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만나거나 전화한 적도 없다”며 “부탁이고 뭐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 본인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한 것이다.

아직 우 수석의 관여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서울경찰청의 조치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서울청 근무는 의경들 사이에서 이른바 ‘꽃보직’으로 불리며, 운전병의 경우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매우 선호도가 높다. 서울청이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최현준 김원철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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