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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경준 사건’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등록 2016-07-22 20:48수정 2016-07-24 15:05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최현준
사회에디터석 법조팀 기자 haojune@hani.co.kr

홍만표, 진경준, 최유정, ㅂ검사, ㄱ검사, ㅈ검사…. 자고 나면 하나씩 터져나오는 법조계 비리 사건에 많이들 놀라셨죠? 저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달여 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사건을 이 코너에 소개했던 법조팀 최현준입니다. 오늘은 넥슨으로부터 100억원 넘는 주식 뇌물을 받은 진경준 검사장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물론, 이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의혹에 휘말리면서 ‘3인조’ 뇌물수수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건이 됐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25일 고위공직자 재산이 공개되고 진 검사장의 재산이 156억원으로 법조 공무원 중 1위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부자 검사장’이 새로 등장한 정도로만 인식됐습니다. 고위 법조 공무원 평균 재산이 18억원에 이르고, 수십억원대 재산가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150억원은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규모였으니까요. 그러나 재산 중 80%에 이르는 126억원이 게임회사 넥슨 주식을 판 돈이라는 점은 찜찜한 구석이었습니다. 비상장 때부터 보유해왔고 진 검사장과 김정주 대표가 대학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라는 점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진 검사장이 자금 출처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지 않고 감추려는 자세로만 일관한다는 점이 이상했습니다.

<한겨레>는 재산 공개 사흘 만인 3월28일 그의 재산 증식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썼습니다. 특히 진 검사장이 거액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핵심 경제수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근무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점차 다른 언론들도 이 문제에 달려들었죠. 진 검사장은 처음에는 입을 열지 않고 버텼고 나중에는 거짓 해명을 했지만 결국 공직자윤리위원회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이금로 특임검사팀 수사를 거치면서 진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식을 비롯해 자동차, 가족여행, 처남 회사의 일감 등 그가 받은 뇌물성 대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진 검사장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는 엘리트 검사였습니다.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듬해 행정고시에도 합격합니다. 외무고시에도 도전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넌 외교관을 안 할 텐데, 네가 합격하면 다른 사람이 기회를 잃는다”고 말려 도전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검사 임용 때도 동기 중 수석을 차지해 서울지검에 배치됐고, 이후에도 법무부 검찰국,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 법무부 기조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그러나 공직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엘리트가 아니었습니다. 이를 엿본 적이 있습니다. 재산 공개 이틀 전인 3월23일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출입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한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가 “출입국관리본부, 요즘 많이 바쁘시겠다”고 물었습니다. 그는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이었고, 인천국제공항에 외국인들이 무단으로 들어와 시끄럽던 참이었습니다.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이 한해 수백만명이다. 그중에 몇 명 문제가 생긴 건데, 그게 뭐가 그렇게 문제라고. 언론이 너무 오버한다.”

본인이 담당하는 영역에서 발생한 심각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더 나아가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리는 모습에 ‘공무원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공직을 딱 자신의 권력과 금력을 챙기는 자리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챙기면 되는 자리로요. 누군가의 말대로 그에게는 세상이 무척 쉬웠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저나 진 검사장이 거간꾼 노릇을 해, 우병우 수석 처가의 1300억원대 강남 부동산을 넥슨이 사주도록 했다는 의혹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우 수석의 말처럼 ‘오비이락’일까요, 아니면 또다른 대형 뇌물사건으로 이어질까요? 우 수석은 진 검사장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디스팩트 시즌3#12_넥슨 특혜? '리틀 김기춘' 우병우 집중 분석]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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