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참석한 우병우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수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윗선 보고 체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검찰이 다루는 주요 사건들은 발생과 수리, 처분, 재판 결과를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문서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관련 사건은 검찰보고사무규칙에서 규정한 주요 사건에 해당한다. ‘4급 상당 이상 공무원의 범죄’,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 등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규칙에선 ‘검찰업무에 참고가 될 사항이 있는 경우’엔 유무선 전화와 보고서로 수시로 ‘정보 보고’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장이나 장관에게 보고된 사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에게도 보고된다. 검찰에서 수사하는 주요 사건의 보고를 받고 국정운영을 반영하는 업무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핵심 업무이기도 하다.
윤 팀장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수사 상황이 외부로 나가서 방해받는 것을 원하는 수사팀은 없다. 보고 절차나 횟수, 단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도록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총장에게 보고를 안 할 수는 없지만, 우 수석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수사 초점이나 압수수색 시기 등은 보고를 늦추는 등의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보고 방식 조정만으로는 불신을 완전히 해소시키기 어렵다. 수사팀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을 통한 청와대 보고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내 대표적 ‘우 수석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런 이유로 이번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우 수석을 사임시키거나 최소한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특별수사팀 구성의 두 축은 이헌상(49) 수원지검 1차장검사와 김석우(44)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다. 이 차장검사는 윤 팀장과 마찬가지로 우 수석과 2010~2011년 대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원전 부품 납품비리 수사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태스크포스(TF)를 거쳐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올해 특수2부장을 지내고 있는 김 특수2부장은, 통진당 해산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황교안 총리(당시 법무부 장관)의 신임을 받아 요직인 특수부 부장으로 2년 연속 임명되며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 참여하기도 했다. 여기에 특수2부와 특수3부, 조사부 검사와 일부 파견 검사 7명을 받아 검사는 모두 10명에 수사관까지 30명가량 되는 규모로 수사팀이 차려질 예정이다. 우 수석 수사의뢰 사건과 이 특별감찰관 고발 사건으로 사건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지만 윤 팀장은 “특별히 팀을 나누지는 않고 내부적으로 업무를 분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팀장은 서울중앙지검 11층 특수2부장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등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