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교수들, 개교 130년만에 첫 시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둘러싼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논란에 휩싸인 이화여대의 교수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본관 점거농성을 벌여온 학생들을 껴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최 총장은 시위 시작 전 사퇴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재단 개혁” 외치며 교내 행진
다음달 연합시위도 예정대로
“본관 점거 학생들 안위 보장을”
다음달 연합시위도 예정대로
“본관 점거 학생들 안위 보장을”
19일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체육특기자와 관련해 입시와 학사관리에서 특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 특혜 입학 등을 둘러싼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 교수, 학생들 “계속 투쟁” 이날 오후 3시30분께 이화여대 본관 앞에 교수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 250여명과 학생 5000여명이 모였다. 시위를 주최한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철학)는 “계획했던 요구사항 3가지 중 총장 사임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의 안위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화여대 재단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박경미 교수도 “정권의 가장 추악한 부분과 결탁했다는 비리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박근혜 정권과 최 총장 주변이 어떻게 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은 “대화정신 꽃피운 학생 안위 보장하라”, “이화의 미래 위해 지배구조 개선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40여분간 교내를 행진했다. 교수들과 본관을 점거하고 있던 학생들은 서로 포옹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위를 마친 학생들은 83일간 농성 중이던 본관으로 돌아갔다. 학생들은 본관 점거 해지 여부 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관 점거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최경희 전 총장 사임에 대한 이화인의 입장서’를 발표해 “부정입학자의 입학취소, 관련자 처벌 등 본인이 책임져야 할 사항을 확실히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다음달 3일로 예정된 교수, 학생, 교직원 연합시위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의류학과가 있는 생활환경관 1층엔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와 포스트잇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건물 3층에 마련된 ‘의류 한풀이존’엔 “성실한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요”, “밤새면서 한 결과가 이겁니까?” 같은 내용의 포스트잇이 벽면 가득 붙었다.
■ 재단 조사, 교육부 조사 이어질듯 최 총장이 물러났지만 정씨 의혹 관련 조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화여대 재단은 조만간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정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감사원 차원의 조사도 예정돼 있다. 교육부는 지난 18일 대학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에 따라 이대에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이화여대로부터 특혜 의혹과 관련된 자료들을 제출받고 있는 중이며 특정감사를 실시할지 여부는 향후 자료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찬현 감사원장도 “(교육부) 감사 여부를 보고 감사를 개시할지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 교수협의회는 고발 등 법적 조처를 취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대 갈등 사태의 발단은 지난 7월 시작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추진 문제였다. 당시 항의하는 학생들로부터 교직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600여명의 경찰력이 학내에 투입되면서 학생들은 장기 농성에 들어갔다. 1000여명에 달하는 교수 및 교직원 가운데는 총장 사퇴 요구를 두고 여론이 갈렸지만, 최근 정씨에 대한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교수들 여론도 퇴진 쪽으로 급격히 돌아서기 시작했다. 한 교수는 “정씨 사건 이후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수업하기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대가 130년 역사에서 최대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정씨 관련 의혹에 대해 명백히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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