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대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이제 모든 시민으로

등록 2016-12-21 10:56수정 2016-12-26 08:27

대학생 앞장선 87년 6월항쟁
2008년엔 여중생들이 도화선
박근혜 퇴진 촛불의 주체는
중고생부터 노인까지 모든 시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오후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광장 민주주의는 일상과 제도 정치를 넘어서는 직접민주주의의 구현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행동이기도 하다. 이에 광장 민주주의의 외침은 늘 ‘국민의 뜻’으로 치환된다. 그러나 거대한 국민의 뜻을 이끌어낸 도화선은 매번 달랐다. 먼저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1987년 6월항쟁은 대학생들이 앞장섰다. 전두환 정권의 철권통치 아래 지금의 비폭력 촛불집회와 같은 광장 민주주의는 꿈조차 꾸기 어려웠다. 지하수처럼 숨죽여 흐르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보호막으로 삼아, 상아탑에서 분출될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대학생들은 독재정권과 한판 싸움을 예비한 ‘전위 조직’이 되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촛불소녀’들의 등장으로 시작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내 가족과 친구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는 순수한 촛불은 2008년 4월부터 청계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생활정치’의 시작이었다. 2008년 5월2일부터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자발적인 참여와 느슨한 네트워크로 세를 불려가기 시작했다. 조직적 동원으로 독재정권과 맞섰던 6월항쟁과 달리, 인터넷 메신저와 휴대전화가 광장의 무기가 됐다. 이어 ‘82쿡’, ‘쌍코’ 등 정치색을 띠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정치적 주체로 각성하면서 화력을 키웠다. 시민들은 한-미 쇠고기 수입 협정이라는 정책 이슈에 반응해 광장에 모인 뒤 이명박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고, 이어 관심 영역에 따라 다원화된 시민운동으로 분화됐다.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분노한 시민들은 언론소비자주권운동(언소주)에 나서기도 했고, 각 지역 촛불을 일깨우겠다며 풀뿌리 지역 네트워크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절차로 밀어넣은 2016년의 광장 민주주의는 보편성이라는 특질을 보인다. 다름 아닌 대통령 자신이 헌정 질서를 파괴한 주범이라는 사실은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모든 시민을 분노하게 했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불법입학과 특혜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생들까지 광장으로 불러들였다. 70살이 넘은 고령의 목사가 100살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광화문 찬바람에 맞섰고,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다는 부산의 할머니도 촛불을 들고 “미안하다”고 외쳤다. 2016년의 광장은 서울 광화문에만 갇히지 않았다. 부산·대구·광주·대전·세종 등 지역마다 수만~수십만의 인파가 몰려 전국 곳곳에서 광장을 열어냈다. 그 결과 국회는 찬성 234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광장에서 표출된 주권자들의 직접행동이 여의도로 상징되는 제도 정치를 굴복시킨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 대통령 “문재인·노무현 부인도 문제 일으켜”…김 여사 논란 물타기 1.

윤 대통령 “문재인·노무현 부인도 문제 일으켜”…김 여사 논란 물타기

“윤석열에게 실망과 공포…참담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2.

“윤석열에게 실망과 공포…참담하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막말’ 임현택 회장 탄핵 의협, 비대위 전환…협의체 참여 여부 ‘관심’ 3.

‘막말’ 임현택 회장 탄핵 의협, 비대위 전환…협의체 참여 여부 ‘관심’

트럼프 승리 뒤 미국서 주목받는 ‘4B’…한국서는 ‘운동 넘어 현상’ 4.

트럼프 승리 뒤 미국서 주목받는 ‘4B’…한국서는 ‘운동 넘어 현상’

‘거친 입’ 임현택 의협회장, 결국 취임 반년 만에 탄핵 5.

‘거친 입’ 임현택 의협회장, 결국 취임 반년 만에 탄핵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