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라이프스타일 전문’ 미국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루
벨라 드파울루.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싱글맘 공동주택·이중주거 커플 등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한국어 출간 전통 대가족·핵가족 아닌 새 공동체
“애정으로 보살피는 개인들 집합체”
변화 빠른만큼 정책 따르지 못해 미국의 전통적 가족 형태는 도시 외곽에서 부부가 자녀를 키우며 사는 ‘핵가족’이었다. 하지만 커플 혹은 부부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 형태는 갈수록 줄고 있고, 1인가구 비중이 28%(2015년 기준)에 이른다. ‘원하는 만큼 독립된 생활을 누리고, 필요한 만큼 연대를 나눈다’는 인식 아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1인가구가 대세로 자리잡는 등 전통적 가족제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지만, 아직 관련한 연구·분석이나 정책적 뒷받침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드파울루는 현재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에서 프로젝트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1950년대에는 섹스와 결혼, 자녀, 존경받는 생활양식 등이 모두 한 묶음으로 여겨졌다. 우리가 아주 당연시하던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은 반세기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완전히 뒤집어지고 있다. 결혼을 통해 모든 것이 완성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결혼이 과거처럼 중요하고 의미있는 삶의 분기점이 되지 않는다. 지금 미국인들이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가족의 개념은 ’서로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는 개인들의 집합체’에 가깝다.” -새로 등장한 가족 형태는? “한마디로 모든 유형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원래는 같이 사는 것이 보편적이었던 부부가 ‘라트’ 관계로 따로 살기도 하고, 반대로 ‘코어보드’처럼 따로 살아온 이들이 함께 살기도 한다. 또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커플이 늘고 있지만 반대로 연애와 결혼을 생략하고 아이만 키우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은퇴자들은 대형 주택을 처분한 뒤 작고 아늑한 주거공간에 친밀한 이웃이 있는 곳에서 ‘포켓 네이버후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 지금, 단 두가지 종류의 형태만 인기가 없다. 전통적인 핵가족과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하던 전통적인 공동체다.” -가장 주목했던 사례가 있다면? “각자의 사생활을 누리면서도 공용 공간에서는 공동체로 살아가는 ‘코하우징’이다.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주택이나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공용주택에서 일주일에 몇 차례씩 함께 식사를 하거나 어울린다. 공용주택 안에는 대형 주방과 놀이방, 회의실, 작업실, 기타 구성원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특별히 코하우징을 꼽는 이유는? “기존의 부동산 광고를 보면 위치, 면적, 침실 개수, 편의시설 이외에 독립성 보장이나 이웃과 교류 가능성 등은 나와 있지 않았다. 요즘 많은 미국인들은 ‘따로’ 또 ‘함께 사는’ 관계를 원한다.”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은 어떤가? “아직 미국의 법·제도와 직장에서의 관행 등은 대부분 핵가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방식을 정책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9월 행정명령을 발동해 연방정부 계약직 직원에게 유급병가를 허용하면서 본인과 가족뿐 아니라 ‘가족과 동등한 정도의 친밀도’를 가진 이를 돌볼 때도 적용된다고 했다. 결혼하지 않은 싱글들에게는 상징적 조처였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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