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꼭 알아야 할 쟁점] ③ 안전성
핵발전과 공론화 원로 대담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vs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핵발전과 공론화 원로 대담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vs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오는 20일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한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참여단의 공론화 결과가 정부에 전달된다. 이에 앞서 에너지 분야 원로들이 그동안의 공론화 과정과 핵발전 관련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최로 10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대담에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이하 박)과 2013년부터 4년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이하 이)가 참여했다. 사회는 이근영 선임기자(이하 사회)가 맡았다. 원로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한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을 공론화 주제로 정해야 하고,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는 같은 견해를 보였다.
사회 에너지 정책과 원전 이슈를 둘러싼 그동안의 공론화 과정, 특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박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공론화가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민간위원회였지만 공무원들로 구성된 ‘지원단’이 있었다. 그쪽에서 큰 방향을 끌고 가니까 운영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권고안’이라는 150여장짜리 보고서 내용도 일반 용역 보고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전문가 의견 중심이었다. 사회 전체가 공론화 경험이 적어서 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 당시 어떤 것을 공론화할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기술로 평가가 가능한 분야를 공론화한 게 문제였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저장하는 게 좋은지, 재처리하는 게 좋은지는 공론화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계속할지 중단할지 공론화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큰 틀에 대해 공론화로 정하고 거기에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게 순서다.
박 공론화 주제를 큰 틀에서 정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다만 지난 대선 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데, 당선 뒤 이미 공정률이 30% 가까워 건설 중단을 발표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거다. 그래서 공론화에 부치기로 한 걸로 안다.
이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늘리겠다는데, 말은 쉽지만 실제 늘리려면 싹이 보여야 한다. 비중을 5%까지라도 높여놓고 원전을 줄일지 여부를 논의하는 게 맞다. 일단 원전을 중지하고 향후에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건 거꾸로 가는 거다.
박 신고리 5·6호기를 지으면 앞으로 5년 후에나 새로운 전력원으로 추가된다. 그사이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는 거다. 신재생에너지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어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커지기가 어렵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할 때 우리는 손을 놓은 바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그 비중이 가장 낮다.
이 우리 입지조건이 안 좋다. 태양광 발전을 위해 엄청난 부지를 확보해도 나오는 양이 적다. 투자를 안 한 것이 아니라 투자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20%까지 높일지 구체적 계획을 내라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값싸고 좋으면 왜 선택을 안 하겠나.
박 20%가 그리 높은 목표치라고 보지 않는다. 이미 20%를 넘어선 나라가 많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놓고
공사중단 여부 공론화는 잘못
큰 틀에 대해 공론화로 정해야
과거 세번의 치명적 원전 사고
원인과 처리 등 철저히 공개를
근소한 차로 공론화 결과 갈릴 때
어떻게 할지 지금이라도 정해야 사회 원전 안전성 문제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안전은 여론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다. 과거 세 번의 큰 사고가 치명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원전도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가지는 건 문제다. 사고 원인은 무엇이고, 사고 처리 과정에서 뭘 잘못했는지, 우리 원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박 원전 위험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발전소 사고, 삼중수소 같은 일상적 방사능 누출, 마지막으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큰 진전이 없다. 다른 나라들도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까 지하 500m 암반에 집어넣는 방법을 택했다. 기기나 원자로 자체의 안전도는 조금씩 향상됐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이 ‘공학적 신뢰도’라는 개념이 있다. 95% 신뢰할 수 있으면 괜찮다. 5% 실패율을 인정하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자력에서 5% 실패율은 치명적일 수 있기에 이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쓴다. 위험 진단 시스템을 넣어서 사고 확률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원전 부품이 200만개가 넘지만,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정도다. 2012년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부품이 납품된 사실이 드러난 뒤 해당 부품을 바꾸고 벌금도 굉장히 강화했다. 작년 경주 지진 이후 지진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게 강화하고 있다. 박 고도성장기에는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어떤 에너지로라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핵발전의) 위험을 감수해왔다. 하지만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전력 소비 증가율이 둔화돼 1%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가치관도 성장에서 안전, 삶의 질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대안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내려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시기가 됐다. 한국은 이미 늦은 편이다. 이 한국이 40년 이상 원전을 운영하며 작은 사고는 많았지만 중대사고는 없었다. 안전성 문제로 지적한 삼중수소는 월성 등 발전소가 있는 특수한 지역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그 비중도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다. 발전소 주변에 가면 외부로 유출되는 방사선 물질을 조절하기 위한 모니터가 8개 정도 있다. 박 더 큰 걱정은 사용후핵연료다. 2020년 좀 지나면 대부분 원전의 임시저장수조가 꽉 찬다. 지금쯤 중간저장시설이라도 만드는 단계에 가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이 사용후핵연료는 지금처럼 물속에 넣어두면 안전하다. 임시저장수조가 용량을 넘어선 점은 인정한다. 중간저장시설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한다. 영구처분하자는 사람들은 ‘불안하니까 빨리 (땅속에) 넣자’고 한다. 영구보관하려면 부지가 필요하고, (지하에 보관할 수 있을지 여부를) 연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문제인데, 그동안 정부는 다음 정부로 계속 미뤄왔다. 박 국민 안전 문제이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고도성장기엔 위험 감수했지만
이젠 안전과 삶의 질 중요시해
신재생에너지 정부가 밀어줘야
사용후핵연료 몇년 후 포화단계
진짜 공론화 거쳐야 할 문제
공론화 과정이 사회적 학습 기회
시민들이 무거운 책임감 가지길 사회 앞으로 어떤 부분을 공론화해야 할까? 박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진짜 공론화를 거쳐야 할 부분이다. 누구도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한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생기는 지역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산업부가 대책을 만들어 공론화위원회에 전달한 상태라고 알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공사 중단 쪽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살까 염려돼 발표를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주민 동의를 구할 때 주민들이 손해 보는 부분을 어떻게 보상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2004년 방폐장 부지 선정 공모 때 (지역 보상으로 책정된) 3000억원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타당한 계획을 세운 쪽을 선정해야 하는데 결국 찬성률 높은 곳으로 선정됐다. 경주에서는 3000억원 쓰는 문제를 두고 지금까지도 말썽이다. 만약 탈원전으로 간다면 앞으로 원자력업계로 진출하려는 학생이 적어질 텐데, 수십년 동안 남아 있을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인력을 어떻게 충원할지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 사회 ‘위험사회 이론’을 주창한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위험은 불특정적이고 초국적이다. 따라서 정부, 기업과 과학자 그리고 시민의 역할을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위험사회에서 전문가와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가? 박 이번 공론화 과정이 사회적 학습의 중요한 기회다. 결국 한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과 연관된다. 시민참여단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공적인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한다. 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한두 표로 공론화 결과가 갈릴 때 어떻게 할지 방법을 정하고 선언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어떤 식으로든 불만이 생기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정리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기획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왼쪽)와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원전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 해법을 위한 원로 대담’을 하기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놓고
공사중단 여부 공론화는 잘못
큰 틀에 대해 공론화로 정해야
과거 세번의 치명적 원전 사고
원인과 처리 등 철저히 공개를
근소한 차로 공론화 결과 갈릴 때
어떻게 할지 지금이라도 정해야 사회 원전 안전성 문제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이 안전은 여론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으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다. 과거 세 번의 큰 사고가 치명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원전도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가지는 건 문제다. 사고 원인은 무엇이고, 사고 처리 과정에서 뭘 잘못했는지, 우리 원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 박 원전 위험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발전소 사고, 삼중수소 같은 일상적 방사능 누출, 마지막으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큰 진전이 없다. 다른 나라들도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까 지하 500m 암반에 집어넣는 방법을 택했다. 기기나 원자로 자체의 안전도는 조금씩 향상됐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이 ‘공학적 신뢰도’라는 개념이 있다. 95% 신뢰할 수 있으면 괜찮다. 5% 실패율을 인정하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자력에서 5% 실패율은 치명적일 수 있기에 이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쓴다. 위험 진단 시스템을 넣어서 사고 확률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다. 원전 부품이 200만개가 넘지만,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정도다. 2012년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부품이 납품된 사실이 드러난 뒤 해당 부품을 바꾸고 벌금도 굉장히 강화했다. 작년 경주 지진 이후 지진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게 강화하고 있다. 박 고도성장기에는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어떤 에너지로라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핵발전의) 위험을 감수해왔다. 하지만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전력 소비 증가율이 둔화돼 1%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가치관도 성장에서 안전, 삶의 질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대안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내려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시기가 됐다. 한국은 이미 늦은 편이다. 이 한국이 40년 이상 원전을 운영하며 작은 사고는 많았지만 중대사고는 없었다. 안전성 문제로 지적한 삼중수소는 월성 등 발전소가 있는 특수한 지역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그 비중도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다. 발전소 주변에 가면 외부로 유출되는 방사선 물질을 조절하기 위한 모니터가 8개 정도 있다. 박 더 큰 걱정은 사용후핵연료다. 2020년 좀 지나면 대부분 원전의 임시저장수조가 꽉 찬다. 지금쯤 중간저장시설이라도 만드는 단계에 가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이 사용후핵연료는 지금처럼 물속에 넣어두면 안전하다. 임시저장수조가 용량을 넘어선 점은 인정한다. 중간저장시설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한다. 영구처분하자는 사람들은 ‘불안하니까 빨리 (땅속에) 넣자’고 한다. 영구보관하려면 부지가 필요하고, (지하에 보관할 수 있을지 여부를) 연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야 할 문제인데, 그동안 정부는 다음 정부로 계속 미뤄왔다. 박 국민 안전 문제이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
고도성장기엔 위험 감수했지만
이젠 안전과 삶의 질 중요시해
신재생에너지 정부가 밀어줘야
사용후핵연료 몇년 후 포화단계
진짜 공론화 거쳐야 할 문제
공론화 과정이 사회적 학습 기회
시민들이 무거운 책임감 가지길 사회 앞으로 어떤 부분을 공론화해야 할까? 박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진짜 공론화를 거쳐야 할 부분이다. 누구도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한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생기는 지역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산업부가 대책을 만들어 공론화위원회에 전달한 상태라고 알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공사 중단 쪽 편을 든다는 오해를 살까 염려돼 발표를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주민 동의를 구할 때 주민들이 손해 보는 부분을 어떻게 보상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2004년 방폐장 부지 선정 공모 때 (지역 보상으로 책정된) 3000억원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타당한 계획을 세운 쪽을 선정해야 하는데 결국 찬성률 높은 곳으로 선정됐다. 경주에서는 3000억원 쓰는 문제를 두고 지금까지도 말썽이다. 만약 탈원전으로 간다면 앞으로 원자력업계로 진출하려는 학생이 적어질 텐데, 수십년 동안 남아 있을 원전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인력을 어떻게 충원할지도 정부가 고려해야 한다. 사회 ‘위험사회 이론’을 주창한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위험은 불특정적이고 초국적이다. 따라서 정부, 기업과 과학자 그리고 시민의 역할을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위험사회에서 전문가와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가? 박 이번 공론화 과정이 사회적 학습의 중요한 기회다. 결국 한국의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과 연관된다. 시민참여단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공적인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한다. 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한두 표로 공론화 결과가 갈릴 때 어떻게 할지 방법을 정하고 선언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어떤 식으로든 불만이 생기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정리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기획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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