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꼭 알아야 할 쟁점] ③ 안전성
국민소송단 건설허가 취소소송으로 본 ‘4가지 위법’
국민소송단 건설허가 취소소송으로 본 ‘4가지 위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오는 20일 시민참여단의 공론을 조사해 건설 공사 재개 쪽으로 결론을 낸다 하더라도 신고리 5·6호기는 다시 한번 운명의 고비를 맞아야 한다. 건설 허가에 대한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8월 공모를 통해 시민 599명과 함께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560 국민소송단’을 꾸려 9월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8일까지 진행된 세 차례의 재판에서 소송대리인을 맡은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인구밀집지역 제한 규정과 중대사고 대처설계 규정 위반 등 20여개 위법사항 가운데 재판부가 한두개만 인용해도 공사는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①인구밀집지역 제한 규정 위반
규정보다 인구밀도 4배 높은데
원안위, 부지우수성 이유로 예외 원안위는 ‘원자로 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원자로 시설은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떨어져서 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준거로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규정(10CFR 100.11)을 제시해 놓았다. 이 규정은 ‘인구중심지’에서 핵발전소가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를 정하고 있으며, 인구중심지 인구분포의 최소기준은 2만5천명을 제시해놓았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미국 핵규제위 규정을 준용하면 신고리 5·6호기는 인구중심지로부터 32~34㎞ 정도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건설 허가 심사 때 신고리 5·6호기에서 인구중심지까지 최소 이격거리가 4㎞로, 인구중심지인 기장읍과 일광택지지구는 10.3㎞ 떨어져 기준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소송단은 또 신고리 5·6호기가 “원전은 부지 반경 48㎞(30마일) 이내 지역의 평균 인구밀도가 전국 평균 인구밀도를 초과하지 않는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는 경수로형 원전 규제기준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신고리 5·6호기 반경 48㎞ 안에 570만명이 거주해 인구밀도가 ㎢당 787명으로, 미국의 원전 인구밀도에 관한 규제지침상 ㎢당 194명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인구밀도) 기준을 초과해도 지질학적 안전성, 환경영향, 냉각수 공급, 인력의 활용, 교통로 발달, 비상계획 등에서 부지의 우수성을 입증”하면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을 근거로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의 우수성이 제대로 입증됐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단이 인구밀집지역과 관련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원안위가 핵발전소가 여럿 모여 있는 다수호기의 동시사고 안전성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고 허가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8월25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로 세계 최대 원전 밀집단지가 됐다. 그럼에도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를 배제한 것은 인근에 수백만명이 밀집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10개의 핵발전소가 몰리면 1개에 비해 위험도가 19.4배로 높아진다.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마련해 평가한 뒤 건설 허가를 재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에 따르면 고리·신고리 부지의 잠재위험도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비해 41배나 높다. ②비상대피 대책 확보 규정 위반
“반경 20㎞ 주민 대피만 23시간”
환경평가 주민 의견수렴도 안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2015년 5월 개정된 방사능방재법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20~30㎞로 확대했다. 소송단은 신고리 5·6호기 30㎞ 반경에 382만명이 거주하는데도 대피로나 대책 마련이 확보되지 않아 핵발전소는 비상대피가 가능한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병섭 원자력연구소 소장은 “신고리 5·6호기 20㎞ 반경에 거주하는 170만명이 대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교통정체·사고가 없어도 22~23시간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 3시간 만에 32㎞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단은 또 핵발전소 건설 허가 요건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누락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의견 수렴은 2015년 방사능방재법 개정으로 비상계획구역 범위가 확대되기 이전 8~10㎞ 주민 5만8천여명에 대해 한차례만 진행됐다. 소송단의 주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는 2016년 6월23일에 났으니 확대된 비상계획구역 20~30㎞를 적용해 170만명에게 다시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안위 쪽은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시행규칙이 신고리 5·6호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 이미 원안위가 기존에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서류적합성 통보를 했기 때문에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도 재판 과정에 공방이 예상된다. ③중대사고 대처설계 규정 위반
유럽 원전인증 통과 강조하지만
수출용과 달리 5·6호기 적용안돼 지난 9일 한국 언론들은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1400’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는 한국수력원자력 발표를 인용해 ‘한국 원전의 유럽 수출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신고리 5·6호기의 노형인 APR1400은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받을 수 없는 ‘불안전한’ 원자로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세계 원전은 중대사고(초기에 노심 냉각에 실패해 노심 손상 발생)에 대한 대처 설비를 보강하도록 안전요건을 강화했다. 한국도 2015년 6월 원전 사업자가 중대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했다. 원안위는 이어 기술기준과 고시 제·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중대사고 대처 설비에 대한 안전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국내용 APR1400에는 수출형 EU-APR1400에 있는 중대사고 대처 설비가 빠져 있다. 무엇보다 국내용은 단일격납건물인 데 비해 수출형은 다른 국가들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이중격납건물이다. 또 노심이 녹아내려 원자로를 뚫고 내려올 경우 받치는 설비인 코어-캐처 스프레더도 수출형에만 있다. 소송단은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에 대해서는 개정된 규정들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만들어 법 취지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④지진 평가 절차 위법
반경 320㎞ 조사 규정해놓고
동해 활동성 단층조사는 안해 소송단은 원안위가 고시를 통해 “원전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설치해야 하며 원자로 반경 320㎞ 이내 활동성 단층을 문헌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정작 동해와 일본 서남부 해안지역의 지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단층의 경우 반경 40㎞ 이내에 대해 실지 조사를 해야 함에도 신고리 5·6호기는 8㎞까지만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부지 지하의 지질 상태에 따라 부지 증폭 효과가 크게 차이 날 수 있는데 신고리 5·6호기 인근 지역이 과거 매립지이고 낙동강 주변이 수십미터의 퇴적토로 이뤄져 있음에도 부지 증폭 효과를 배제한 것은 위법하다고 소송단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끝>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규정보다 인구밀도 4배 높은데
원안위, 부지우수성 이유로 예외 원안위는 ‘원자로 시설 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원자로 시설은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떨어져서 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준거로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규정(10CFR 100.11)을 제시해 놓았다. 이 규정은 ‘인구중심지’에서 핵발전소가 얼마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를 정하고 있으며, 인구중심지 인구분포의 최소기준은 2만5천명을 제시해놓았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미국 핵규제위 규정을 준용하면 신고리 5·6호기는 인구중심지로부터 32~34㎞ 정도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건설 허가 심사 때 신고리 5·6호기에서 인구중심지까지 최소 이격거리가 4㎞로, 인구중심지인 기장읍과 일광택지지구는 10.3㎞ 떨어져 기준을 만족한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소송단은 또 신고리 5·6호기가 “원전은 부지 반경 48㎞(30마일) 이내 지역의 평균 인구밀도가 전국 평균 인구밀도를 초과하지 않는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는 경수로형 원전 규제기준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신고리 5·6호기 반경 48㎞ 안에 570만명이 거주해 인구밀도가 ㎢당 787명으로, 미국의 원전 인구밀도에 관한 규제지침상 ㎢당 194명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인구밀도) 기준을 초과해도 지질학적 안전성, 환경영향, 냉각수 공급, 인력의 활용, 교통로 발달, 비상계획 등에서 부지의 우수성을 입증”하면 예외를 인정하는 규정을 근거로 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의 우수성이 제대로 입증됐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단이 인구밀집지역과 관련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원안위가 핵발전소가 여럿 모여 있는 다수호기의 동시사고 안전성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고 허가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8월25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로 세계 최대 원전 밀집단지가 됐다. 그럼에도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를 배제한 것은 인근에 수백만명이 밀집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10개의 핵발전소가 몰리면 1개에 비해 위험도가 19.4배로 높아진다.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마련해 평가한 뒤 건설 허가를 재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방법에 따르면 고리·신고리 부지의 잠재위험도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비해 41배나 높다. ②비상대피 대책 확보 규정 위반
“반경 20㎞ 주민 대피만 23시간”
환경평가 주민 의견수렴도 안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2015년 5월 개정된 방사능방재법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20~30㎞로 확대했다. 소송단은 신고리 5·6호기 30㎞ 반경에 382만명이 거주하는데도 대피로나 대책 마련이 확보되지 않아 핵발전소는 비상대피가 가능한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병섭 원자력연구소 소장은 “신고리 5·6호기 20㎞ 반경에 거주하는 170만명이 대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교통정체·사고가 없어도 22~23시간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유출되면 3시간 만에 32㎞까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단은 또 핵발전소 건설 허가 요건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누락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의견 수렴은 2015년 방사능방재법 개정으로 비상계획구역 범위가 확대되기 이전 8~10㎞ 주민 5만8천여명에 대해 한차례만 진행됐다. 소송단의 주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는 2016년 6월23일에 났으니 확대된 비상계획구역 20~30㎞를 적용해 170만명에게 다시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안위 쪽은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시행규칙이 신고리 5·6호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 이미 원안위가 기존에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서류적합성 통보를 했기 때문에 추가 의견 수렴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도 재판 과정에 공방이 예상된다. ③중대사고 대처설계 규정 위반
유럽 원전인증 통과 강조하지만
수출용과 달리 5·6호기 적용안돼 지난 9일 한국 언론들은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1400’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는 한국수력원자력 발표를 인용해 ‘한국 원전의 유럽 수출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신고리 5·6호기의 노형인 APR1400은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받을 수 없는 ‘불안전한’ 원자로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세계 원전은 중대사고(초기에 노심 냉각에 실패해 노심 손상 발생)에 대한 대처 설비를 보강하도록 안전요건을 강화했다. 한국도 2015년 6월 원전 사업자가 중대사고를 포함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했다. 원안위는 이어 기술기준과 고시 제·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중대사고 대처 설비에 대한 안전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국내용 APR1400에는 수출형 EU-APR1400에 있는 중대사고 대처 설비가 빠져 있다. 무엇보다 국내용은 단일격납건물인 데 비해 수출형은 다른 국가들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이중격납건물이다. 또 노심이 녹아내려 원자로를 뚫고 내려올 경우 받치는 설비인 코어-캐처 스프레더도 수출형에만 있다. 소송단은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에 대해서는 개정된 규정들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만들어 법 취지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④지진 평가 절차 위법
반경 320㎞ 조사 규정해놓고
동해 활동성 단층조사는 안해 소송단은 원안위가 고시를 통해 “원전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설치해야 하며 원자로 반경 320㎞ 이내 활동성 단층을 문헌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정작 동해와 일본 서남부 해안지역의 지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단층의 경우 반경 40㎞ 이내에 대해 실지 조사를 해야 함에도 신고리 5·6호기는 8㎞까지만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또 부지 지하의 지질 상태에 따라 부지 증폭 효과가 크게 차이 날 수 있는데 신고리 5·6호기 인근 지역이 과거 매립지이고 낙동강 주변이 수십미터의 퇴적토로 이뤄져 있음에도 부지 증폭 효과를 배제한 것은 위법하다고 소송단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끝>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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