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를 부탁해] ② 임대업자들의 한숨
한양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기숙사 신축 여부가 결정되는 6일 21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까지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임대업자들 “재산권 침해” 주장
“10년 세줘야 원룸 개조비 본전
3~4년 된 사업자는 날벼락” 학생들 “그들의 이기심에 불과”
대학가 최저주거기준 크게 미달
전문가 “학생-임대업자 대결 아닌
대학생 주거공공성 차원 접근을” 대학·지자체 갈등해소 적극 나서야
교육부 “주민들 설득하는 게 최선”
운동장, 도서관 개방 등 혜택도
미등록 임대업자 양성화 선행돼야 이씨는 2004년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건물 두개 층을 빌려 본격적으로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 건물 보증금 8천만원과 리모델링 비용 2억4천만원을 들여, 6년간 50여개 방을 운영하면서 한달 평균 700만원 수익을 냈다. “무엇보다도 한양대 근처니까, 학생들 믿고 한 거죠.” 자신감이 붙은 이씨는 2010년 운영하던 고시텔을 친언니에게 넘기고 한양대 후문 지역인 사근동의 3층짜리 건물을 샀다. ‘생계 유지 겸 노후 대비’를 위해서였다고 한다. 건물 전체를 고시텔로 리모델링해 2~4평짜리 방 45개를 만들고, 방 하나당 45만~60만원을 월세로 받았다. 건물 매입 자금 18억원과 리모델링 비용 4억원 등 22억원이 들었는데, 전 재산을 쏟아붓고도 9억원이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 이씨는 “조금만 하면 대출금 정도는 금방 갚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 너나없이 ‘노후 대비’로 뛰어든 임대업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7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주택을 월세로 임대하는 60살 이상 가구 수는 2012년 27만7천가구에서 2016년 42만7천가구로 최근 4년 새 15만가구나 늘었다. 임대사업에 자산 가진 노인 가구의 투자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한겨레>가 사근동에서 만난 임대업자들도 대부분 ‘노후 대비’로 임대업을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희(가명·64)씨도 2016년부터 사근동의 단독주택 1층을 개조해 임대업을 시작했다. 방 5개를 원룸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1억원이 들었는데, 방 1개당 보증금 2천만원, 월세 25만원씩 한달 125만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박씨는 “식당일 하면서 무릎이 다 망가져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세를 놓기 시작했다”며 “사근동엔 나처럼 방 몇개 세놓아 사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사근동의 주택 2층을 원룸 3개로 개조해 학생들을 받고 있는 이용우(가명·67)씨도 “아내와 식당을 운영하다 6년 전 그만뒀고, 노후 대비를 위해 살던 집을 개조했다”고 했다. 그러나 ‘쉽게 빚을 갚을 수 있겠다’던 이경애씨의 확신은 2년을 채 가지 못했다. 한양대학교는 2011~2012년 학교 외부 5개 건물을 직접 임대해 외국인 유학생 기숙사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모두 합해 257명 수용 규모다. 올해는 398명 규모의 제5기숙사도 열었다. 2010년 10% 수준이던 이씨 고시텔의 공실률은 30%로 늘어 현재 방이 13개 비어 있다. 공실이 적을 땐 임대료가 한달 1000만원까지 들어왔지만, 2013년 이후엔 대출금 이자를 갚고 나면 순수입이 200만원을 겨우 넘는 달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씨는 “대출금 이자만 한달 380만원인데, 원금 상환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며 “지금은 대학 하나 보고 임대업을 시작한 게 후회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기숙사, ‘재산권’ 넘어 ‘주거 공공성’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하는 이들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기숙사 반대 운동에 나선다. 한양대 후문 사근동은 대표적인 갈등 지역이다. 한양대는 2015년 19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6·7 기숙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성동구청이 올해부터 기숙사 건립 심의에 들어가자, 사근동의 민간 임대업자들과 공인중개사들이 주축이 돼 ‘한양대기숙사 건립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경애씨는 “일방적으로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는 건 사근동 주민들을 죽이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근동에서 20여년간 부동산사무실을 운영한 박아무개 공인중개사는 “주택을 원룸으로 개조하고, 가구와 에어컨 등 시설을 넣으면 방 하나당 리모델링 비용이 최소 1500만원 정도 든다. (세금이나 이자 비용, 공실률 등을 계산하면) 리모델링 비용 본전을 뽑는 데만 10년 가까이 월세를 받아야 한다”며 “오랜 기간 원룸을 운영한 사람들은 본전을 뽑았겠지만, 3~4년 전부터 뛰어든 사람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했다.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학교 후문 거주지역에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일만 주택에서도 `원룸' 또는 `방있습니다'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시는 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한양대 기숙사 신축 여부를 결정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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