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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글쓰기로 ‘소중한 자신’ 깨달으면 아이들 스스로 바뀌죠”

등록 2018-08-07 16:44수정 2018-08-07 22:52

[짬] 20돌 맞는 교육 시민단체 ‘책따세’ 허병두 이사장
허병두 책따세 이사장은 서강대 국문학과 2~3학년 때 대학에서 운영하는 검정고시 야학에 참여한 게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반수를 하던 1980년에 광주학살 소식을 접하면서 유학을 가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요. 서강대를 가면 유학에 유리하다는 말에 무턱대고 입학했다가 국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죠. 야학에서 구로공단의 어린 여공과 환갑이 넘은 개인택시 기사들을 만나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삶의 안정을 찾았죠.” 강성만 선임기자
허병두 책따세 이사장은 서강대 국문학과 2~3학년 때 대학에서 운영하는 검정고시 야학에 참여한 게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반수를 하던 1980년에 광주학살 소식을 접하면서 유학을 가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요. 서강대를 가면 유학에 유리하다는 말에 무턱대고 입학했다가 국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죠. 야학에서 구로공단의 어린 여공과 환갑이 넘은 개인택시 기사들을 만나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삶의 안정을 찾았죠.” 강성만 선임기자

비영리 사단법인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책따세)이 새달 14일 20돌을 맞는다. 출발은 이해찬 교육부 장관 때였다. 1998년 정부에서 교사들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까다롭지 않은 조건으로 모임별로 5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때 교사 7명이 학교 도서관을 통한 독서교육 활성화 연구를 하겠다며 제안서를 냈다. 책따세의 시작이다. 2007년엔 ‘바람직한 읽기 쓰기 문화 정립’을 목표로 한 사단법인으로 변신했다. 현재 회원은 180명 정도다. 교사와 일반인 비율이 7대3 정도다. 책따세 이사장인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를 6일 학교에서 만났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30분 20~30명 회원이 모여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회의도 합니다.” 모이는 곳은 2013년 회원과 후원자 출자로 신촌 전철역 근처에 문을 연 카페 ‘더나더나’다. 책따세의 지향점인 ‘지식의 더함과 사랑의 나눔’에서 더와 나를 따 지었다. 늘 책따세의 중심에 있었던 허 이사장은 내년 2월 자리를 물려줄 예정이다. “김미경 현 공동대표가 후임으로 정해졌죠. 후임자가 나오지 않으면 스페인 안달루시아로 떠나 돌아오지 않으려 했어요. 하하.” 올해 32년 차 교사이자 책따세 이사장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일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더나더나 카페 전면 모습. 허병두 이사장 제공
더나더나 카페 전면 모습. 허병두 이사장 제공

책따세 이름으로 올 초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 교육>도 펴냈다.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책쓰기 교육을 한 경험을 공유하고 올바른 지도법을 제시했다. 아이들은 책을 쓰면서 자신의 진짜 관심사를 찾아간다. 공부를 못해도 관심사가 확실한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에 교실의 고정된 학생 순위가 뒤섞이기도 한단다.

“책쓰기 교육은 제가 97년 숭문고에서 먼저 시작했어요. 2003년부터 책따세의 확고한 프로그램이 됐죠.” 그는 “교육은 자기 발견이자 자기 해방”이라고 했다. 책쓰기 교육이 그 길로 가는 유효한 도구란 생각이다. “책을 쓸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게 교육 방향이죠. ‘남북한 경제 협력’이든 ‘63빌딩 아쿠아리움 조련사 되기’든 주제는 상관없어요. 주제를 잘 잡기만 하면 미친 듯이 쓰더라구요.” 책쓰기 교육의 노하우 하나만 알려달라고 하자 “아이들을 믿고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책따세는 2007년부턴 저작권 기부운동도 펼쳐왔다. 출판계 일각에선 ‘책따세 권력’을 통해 저자들의 손목을 비트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책따세는 그간 36차례 ‘추천도서 목록’을 발표했다. 출판시장에서 이 목록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권력 논란이 따라붙은 것이다.

“(저작권 기부운동을) 처음엔 공짜책 개념에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봉사란 관점에서 봅니다.” 출발은 이랬단다. “성실하지만 가난한 우리 반 반장이 만원을 가지고 와서 책을 추천해주라고 했어요. 그때 내가 하는 일이 또다시 정보격차를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학교 도서관 만이 답이 아니란 생각도 했고요. 마을의 공동우물처럼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도록 저작권 기부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책따세의 제안에 유명 저자 90명 이상이 화답했단다. 봉사와는 어떻게 연결될까? “나희덕 시인이 저작권 기부한 시집 <뿌리에게>의 시들을 아이들 낭송으로 오디오북을 만들어 시각 장애인에게 파일로 전달했죠. 반응이 좋아 시낭송 봉사도 했어요.” 아이들이 쓴 책도 저작권 기부 대상이다. 이런 기부 콘텐츠는 아이들의 또 다른 창작 활동에 쓰인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는 교육이 중요해요.”

1998년 이해찬 장관때 ‘교사모임’ 지원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시작
‘책따세 추천도서 목록’ 출판계 큰영향
사단법인화 회원 180명·후원 카페도

숭문고 교사로 97년부터 ‘책쓰기 지도’
“책 쓰는 인재 키우는 게 교육 방향”

그는 현재 숭문고 창의복지부장도 맡고 있다. 모든 학생이 연 14시간씩 하는 따뜻한 봉사 활동(따봉) 프로그램을 관장하고 있다. “(따봉을) 2010년 제가 만들었어요. 숭문고가 자사고로 전환되면서 책쓰기 교육을 그만 둔 뒤 대신 생각한 게 봉사 학습이었죠.” 어떻게? “학교의 25개 봉사 프로그램 가운데 절반 정도는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 등 외부단체 전문가가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지도해요. 이런 학습이 기부와 봉사로 이어지죠.”

왜 봉사 학습인가? “세상이 전문가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지금과 같은 모바일의 확산을 10년 전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잖아요? 이럴 때는 학생이 자기 안에 있는 것을 찾아내고 그걸 통해 자기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해요. 자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유용한지 깨닫는 순간 아이들은 굉장한 변화를 경험합니다. 삶의 주체가 됩니다.”

숭문고 봉사학습 프로그램인 ‘따봉’ 홍보 리플렛. 허병두 이사장 제공
숭문고 봉사학습 프로그램인 ‘따봉’ 홍보 리플렛. 허병두 이사장 제공

책따세는 매달 회원들이 내는 후원금 300만원으로 운영된단다. “가입 기간이 오래될 수록 후원금을 더 많이 내요. 저는 매달 5만원을 냅니다. 외부 강의료도 후원금으로 내놓죠. 책따세 활동을 하면서 돈을 가져가 본 적은 없어요.” 지금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책따세 추천 도서 목록을 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청탁을 받거나 책따세 회원이 낸 책은 추천 도서에서 제외합니다. 회원이 추천 글을 쓴 책도 빼죠. 오해를 피하기 위해 출판사와 사교육기관 관계자는 회원으로 받지도 않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이런 말을 했다. “올해 국어시간에 이육사의 시 ‘광야’를 연당 30분씩 모두 150분 동안 가르쳤어요. 이렇게 자세히 가르치니 반응이 좋더군요. 교사 생활 32년 만에 새로 발견한 사실이죠. 앞으론 작품 하나를 10시간 동안 가르치는 수업도 해보고 싶네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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