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팬들울 위해 마련된 고 구하라씨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들어서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가수 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연예인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면서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이 평소 악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해왔다는 점에서 세상을 등진데는 악플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중견 남자 배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불특정 다수가 매일 내가 싫다며 욕을 하는데 그걸 누가 견딜 수 있겠느냐”며 “악플이 하나만 달려도 신경이 쓰이는 법”이라며 악플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2000년 이후부터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연예인은 약 40명에 이른다. 과거 생활고 등의 이유가 많았다면 인터넷 문화가 활발해진 이후엔 악플이 마음을 다치게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최진실부터, 유니, 설리 등이 악플로 세상을 등졌다.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악플의 온상’으로 불리는 포털도 자정 작업에 나서기는 했다. 카카오다음은 설리의 사망을 계기로 연예 기사의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반면 네이버는 ‘클린봇’으로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주는 필터링을 강화했을 뿐, 비판에도 불구하고 댓글 기능은 그대로 유지 중이다.
요즘은 포털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하는 연예인이 늘면서 오히려 악플의 중심은 에스엔에스로 옮겨갔다. 실제로 구하라의 에스엔에스에는 사망 5시간 전에도 악플이 달려 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포털 댓글은 기획사 자체적으로 보지 말라고 주문할 수 있지만 에스엔에스에 올라오는 댓글은 보지 말라고 할 수가 없다. 실시간 영상으로 팬들과 소통하기도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올라오는 글은 대처가 안된다”며 “에스엔에스 댓글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트위터가 캐나다, 미국, 일본에서 시범 적용하던 ‘댓글 숨기기’ 기능을 전 세계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25일 밝히는 등 에스엔에스 업계도 변화를 도모하고는 있다. 이전에는 악플을 지우려면 글 전체를 내려야 했지만 ‘댓글 숨기기’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악플을 숨김 처리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정 노력에 기대기 보다는 처벌강화 등 법적·제도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기획사 대표는 “악성 댓글을 쓰는 이들을 잡아도 주로 벌금형 등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플이 근절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연재 비방 악플을 단 30대는 벌금 30만원의 처벌에 그쳤다. 또 다른 기획사 매니저는 “잡기는 해도 죄송하다고 하면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고, 아티스트 이미지를 생각해 그냥 선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손성민 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금지어를 다수 만드는 등 인터넷 악플 방지법을 만들고, 처벌을 강화해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법·제도 보완을 위한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08년 10월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했지만, 인터넷 업체와 정치권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무산되기도 했다. 아이돌 출신의 한 연예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또 다시 인터넷 실명제를 얘기하고 악플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사이 우리의 친구들은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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