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7일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성평등 공동위원회가 가해 남학생들의 거짓 해명 혐의를 제기하며 학내에 붙인 대자보.
남학생만 모이는 대면식 행사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등수를 매기는 등의 집단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게 된 서울교대 남학생들에 대해 법원이 징계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는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16학번 남학생 이아무개씨 등 5명이 대학 쪽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서울교대 단톡방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재학생 92명이 대자보를 붙이면서 촉발됐다. 남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남자 대면식’ 행사에서 재학생들은 새내기 여학생들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담긴 ‘신입생 소개자료’를 만들어 졸업생에게 전달했고, 이를 받아 본 졸업생들은 재학생이 호감이 있다고 언급한 여학생들의 외모 등을 평가해 스케치북에 쓰고 등수를 매겨 왔다는 것이다.
이 일로 서울교대는 조사에 착수해 국어교육과 학생 11명에게 유기정학 처분을 내리는 등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3주 유기정학 처분을 받은 16학번 이씨 등 5명은 “2016년 남자 대면식에서 호감 가는 여성의 이름을 말한 사실은 있으나 외모 평가 등 성희롱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2016년∼2018년 신입생 대면식에서는 여학생 외모 평가가 없었다는 남학생들 쪽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남학생들만 모여서 한 명씩 호감가는 여성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 자체가 서울교대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 및 성적 대상화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입생 소개자료에는 남자 신입생도 포함되어 있었고, 대면식에서 호명되는 여성이 신입생만으로 제한되진 않았다. 또 해당 여학생에 대한 외모 평가를 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남학생들의 성희롱 발언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의 증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부고발자 ㄱ씨는 법정에서 2016년 대면식 때 여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한 스케치북이 존재했고, 2017년 남자대면식 당시에도 외모 평가 등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ㄱ씨가 대면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다른 남학생들은 외모 평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들어 ㄱ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2017년 16학번이 신입생 소개자료를 만들 때에는 “절대로 외모 평가 등을 기재하지 말라”는 선배의 지시가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학교 쪽이 교육 실습 기간에 유기정학 처분을 내려 실질적으로 ‘1년 유기정학’을 한 효과가 발생했다”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단톡방 사건으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현직 교사 4명과 임용대기자 7명에게 중징계·경징계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고, 서울교대도 국어교육과 학생 11명과 더불어 과학교육과 8명, 초등교육과 2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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