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 유착 의혹을 <문화방송>(MBC)에 제보한 지아무개씨가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대신해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를 만나 검찰 쪽 선처를 약속받으려는 과정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야 인사 5명의 자금 거래 파일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문화방송과의 옥중 인터뷰에서 “여·야 인사가 돈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 말이 맞다면 존재하지 않는 여·야 로비 파일을 내세워 지씨가 이 기자에게 검-언 유착 자료 생성을 요청한 셈이어서 제보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반대로 지씨 말이 사실일 경우 여·야 로비 파일을 검찰이 서둘러 확보해 수사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22일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유튜버가 공개한 녹취록과 문화방송이 공개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채널에이 이 기자는 “유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와의 관계가 궁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복역 중인 이 대표에게 보낸 뒤 지난 3월13일 이 대표가 보낸 지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기자가 “(자료를) 어디까지 오픈할 수 있냐”고 묻자 지씨는 “(이 대표가) 구체적으로 자금 거래에 관해선 얘기를 다 하겠죠. 파일이 다 있다”고 답했다. 이 기자가 “인원수는 대략?”이라고 묻자 지씨는 “다섯명 선으로 봐요. 한 다섯명 정도 보면 돼요”라고 말했다. 이에 “유시민도?”라고 묻는 이 기자의 질문에 지씨는 “뭐, 금액이…규모는 제가 정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 과정은 제가 자료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로부터 7일 뒤인 3월20일 문화방송은 교도소에 있는 이 대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검찰과 종편 기자는 여·야, 특히 여당 인사들이 투자하거나 돈을 받은 내용을 궁금해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지”라고 묻자 이 대표는 “전혀 없습니다”는 말을 두 차례 강조했다. 여·야 로비 자료가 있다며 이 기자와 만나고 있던 지씨 주장과는 상반된 이야기였다.
그러나 옥중 인터뷰 이틀 뒤인 3월22일 지씨는 채널에이 이 기자와 만나 “자료가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상황을 전달할 거 아니에요. 결정은 (이 대표) 본인이 하는 거니까”, “(이 대표가) 자료를 건넸을 때는 이런 일에 시달리고 싶지 않고 도움을 드리려고 하는데 질질 끌고 싶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제가 (이철 대표에게) 전달을 해드리고, 결정은 본인이 내서, 본인의 의사를. 이 기자님 집 주소를 아니까 전달을 하게끔 해서…”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과 나눈 통화내용이라며 대화를 정리해놓은 녹취록을 지씨에게 보여준 게 이때의 만남이다.
3월22일 오전 10시 이 기자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지씨는 오후 2시41분 차명으로 개설해 운용하던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여러분 각자가 갖고 있는 투표의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만 저는 이번 투표를 한번 더 검찰개혁에 방점을 두겠습니다. 그 이유는 조만간 또 알게 되실 겁니다ㅋㅋㅋㅋ”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5분에는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온 황희석 변호사가 올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공유하며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ㅋㅋㅋ”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3월24일 오후 8시47분에는 “이번 주말에는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겁니다. 충분히 살만해요. 왜 사야 되는지 금요일쯤은 모두 알게 될껄요ㅋㅋㅋㅋㅋ”라고 올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발한 채널에이-검사장 유착 의혹과 최경환 전 의원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한 문화방송과 제보자 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함께 수사 중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