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42)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경기 용인정)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일 때 공천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각종 모임이 속속 취소되고 중앙당에서는 대면 접촉 선거운동 자제 지침이 나왔다. 사회 분위기는 무겁게 착 가라앉았다. 경기 용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온라인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하거나 손님이 사라진 꽃집, 미용실, 삼겹살집 등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찾았다. 그때 만났던 이들은 입을 모아 “나라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고립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당선자는 이 말을 교훈처럼 여기며 21대 국회를 맞이하려고 한다. 그는 “아직 정치인이라는 말은 어색하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인으로 살고 싶다. 민의를 잘 반영하고 직업 윤리에 충실한 의원이 되려고 한다”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자는 사법농단 사건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판사 시절이었던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이 난 이 당선자는 당시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서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을 텐데 놀라지 말라’는 말을 듣고 사표를 냈다. 결국 법원행정처는 그를 발령 전에 근무했던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진실은 감춰지지 않았다. 2017년 3월 <경향신문>이 이 당선자가 겪은 일을 기사화했고 이후 여러 언론이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의 유착 의혹을 밝혀냈다. 이후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져 사상 최초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당선자가 출마를 고민한 것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 정운호 게이트 수사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이 지난 1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라고 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법개혁을 위해 시민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마침 사법농단 1호 사건 무죄도 있었고 민주당에서도 지속적인 요구가 있는데 피하기만 하는 게 무책임하다고 느껴져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나를 추동하는 것은 책임감”이라고 덧붙였다.
사법개혁의 기대를 안고 국회에 입성하는 그의 시선은 우선 법원을 향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과제는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이다. 법관 탄핵은 국회의 사법부 견제 기능 중 하나다. 이 당선자는 “법관 탄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공직자 직업 윤리를 위해 필요하다. 법원에서 이미 위헌적 행동을 한 판사로 적시한 사람이 있다. 이들을 탄핵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임 방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도 이 당선자는 디지털 성폭력이나 산업재해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양형개혁법을 추진하고, 대구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처럼 ‘사회적 의인’이 다치거나 병에 걸렸을 때 국가가 이를 지원하는 사회적 의인법을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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