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거주중인 김수혜씨가 정의기억연대에 보낸 경옥고.
“수많은 억측과 오해로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됩니다. 정의기억연대를 위해 애쓰시는 직원분들 하나씩 드시고 힘내시라고 보냅니다.” 목포에 사는 김수혜씨는 이런 내용의 손편지와 함께 한약인 ‘경옥고’를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실에 보냈다. 김씨는 편지에 “저는 그저 작은 금액을 후원하는 회원이지만 너무 안타깝고 걱정스러워 조금이나마 응원의 메시지라도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문제 등을 놓고 보수진영의 공세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이 정의연에 응원의 선물이나 기부금으로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빵이나 떡 등을 택배로 보내고 있다. 광주에 사는 한 시민은 ‘오월주먹빵’을 보냈다. 앞서 13일 아침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이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을 두드렸다. 그는 설명도 없이 활동가에게 봉투를 건넸다. 후원금이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려는 실무자에게 그는 “당신들을 믿으니 기부금 영수증은 필요 없다. 다음엔 찾아와서 식사도 사드리겠다”고 말하고 바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일주일여를 긴장 속에 보낸 실무자들은 그가 떠난 뒤 펑펑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신규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의연 후원계좌에는 “힘내세요”, “쫄지마세요”, “응원합니다” 등의 송금 메시지를 적은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 14일 정의연 관계자는 “빠져나가는 후원자도 있고 새로 가입한 후원자도 있지만, 논란 이후에도 후원금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열린 수요집회에서도 “인터넷 후원방법을 모르니 직접 후원하겠다”며 현금을 건네려고 한 고령의 시민들도 있었다. 같은 날 정의연이 주최하는 수요집회 유튜브 생중계에도 “기부하겠다”는 댓글이 여럿 올라왔다. 여러 커뮤니티에도 ‘정의연 후원 인증 글’이 이어지는 중이다.
광주에 거주중인 시민이 정의기억연대에 보낸 ‘오월주먹빵’.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일본 시민단체도 연대 성명을 내어 정의연에 힘을 실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며 “30년간 피해 인정과 진심 어린 사죄, 그에 기초한 배상, 꾸준한 진상규명과 교육 등 재발방지책을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목소리에 답하고 있지 않은 일본 정부야말로 피해자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배지현, 도쿄/조기원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