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 김봉범. 한국전쟁 개전 초인 1950년 8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벌어진 낙동강 전투에서 숨졌다. 한 뼘 조금 넘는 평평한 묘비석 아래 그가 잠든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 기슭이다. 1996년 6월 정부는 전국 곳곳의 ‘적군묘’들을 모아 이곳에 ‘북한군 묘지’를 만들었다. ‘교전 중 사망한 적군 유해를 존중하고 묘지도 관리해야 한다’는 제네바협정 추가의정서 34조에 따른 것이다. 중위 김봉범, 살아서 북한군이었던 그가 죽어서 묻힌 곳은 남쪽 땅. 비무장지대와 북녘땅에 잠들어 있을 이들은 어떠할까. 최대 4만여명의 국군 전사자와 7726명의 북파공작원, 죽어서나마 그이들의 유해는 남녘 하늘을 향하고 있을까. 파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