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공원에 있는 30여개의 비석을 모아둔 사적비군 가운데 유독 3개의 비석은 누워 있다. 구한말 전라남도 관찰사를 지낸 윤웅렬, 이근호, 홍난유가 재직 시 백성을 잘 돌봤다는 ‘선정비’이다. 뿌리째 뽑힌 3개의 비석 앞에는 ‘일제 국권침탈 협력자’라는 단죄문이 서 있다. 윤웅렬과 이근호는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에 앞장선 공로로 남작 작위를 받았다. 을사오적 이근택의 형 이근호는 의병 진압과 강제병합에 기여한 홍난유와 함께 조선총독부로부터 ‘한국병합기념장’도 받았다. 1910년 8월29일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광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