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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쪽, 이재용 범죄사실에서 삼성생명 건 빼달라 요구” 증언 나와

등록 2020-09-16 04:59수정 2020-09-16 13:12

변호인단 이동열 변호사 검찰에 연락
“최재경 변호사의 요청”이라 말해
이·최 변호사 “터무니없는 이야기”

구속영장·공소장 내용 보면
이 부회장이 직접 워런 버핏 만나
삼성생명 ‘전자’ 주식 매각 논의
이면약정 제안 뒤 ‘허위 공표’

재벌개혁 입법논의 되는 상황서
이 부회장 지배력 비판 부담 느낀 듯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이 지난 6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무렵 범죄사실에서 삼성생명 관련 내용을 제외해달라고 수사팀에 요구했다는 검찰 내부 증언이 나왔다.

15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6월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이동열 변호사가 수사팀의 한 검사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 변호사가 ‘삼성생명 관련 부분은 예민하니 빼달라. 최재경 변호사의 요청’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생명 관련 부분은 구속영장에 포함됐고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최 변호사는 현재 삼성전자 법률고문을 맡고 있으며, 검찰 후배인 김기동·이동열 변호사와 함께 이 부회장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률대리 및 언론 대응을 지휘했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변론 활동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이 부회장 출석 일정 등을 논의하려고 수사팀 검사와 통화한 적은 있지만 삼성생명 부분을 빼달라는 내용으로 전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그런 말을 (검찰에) 전할 통로 자체가 없었고,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에 범죄사실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워런 버핏을 만나 제일모직의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과 삼성생명의 주요 자산인 ‘삼성전자 주식의 이면약정을 통한 처분’을 논의하고도 합병 관련 투자자에게 이런 위험 정보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내용이다. 이 부회장 공소장을 보면, 이 부회장은 인수 협상자로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정하고 버핏과 구체적인 매각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와 있다. 삼성생명을 사업회사(생명보험·삼성전자 지분 보유)와 지주회사(기타 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로 인적분할해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 지배권을,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경영권 지분을 확보한 뒤,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주회사로부터 사업회사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가 논의의 뼈대였다. 여기에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7~10년간 보유하며 삼성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이면약정도 담겼다. 이 거래에는 삼성생명의 주요 자산인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시 제일모직이 19.34%를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 가치 판단에 중요한 정보였다.

그런데도 이 부회장은 이런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합병 관련 투자설명서 등에는 오히려 제일모직 주요 자산인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 없이 계속 보유하는 것처럼 기재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삼성생명 지분 매각 추진 관련 ‘허위 공표’는 이 부회장이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직접 드러난 데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직접 연결되는 탓에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범죄사실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이 부회장의 관련 혐의 내용을 보면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를 하거나 투자자 등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아니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를 누락하고…’라고 돼 있는 등 자본시장법 제178조(금융투자상품 거래에서 부정거래 행위 금지)의 법문과 거의 동일할 정도다.

또 삼성생명이 보험계약자 돈으로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을 통해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 부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커져 이른바 삼성생명법 등 재벌개혁 입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사익을 위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을 은밀하게 추진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커다란 부담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지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현행 보험업법 관련 규정은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취득원가 기준을 시가로 변경하도록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가운데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한다. 9월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8.8%(5억2555만3580주)를 갖고 있다. 이는 9월14일 종가 기준(6만400원) 31조7천억원가량으로 삼성생명 총자산(289조원)의 약 10.9%에 이른다. 삼성으로서는 삼성생명 이슈가 부각돼 개혁 입법과정에 탄력이 붙는 것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부회장의 유일한 관심사는 삼성생명 자체가 아니라 삼성생명이 갖는 삼성전자 주식을 어떻게 하느냐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상속세를 내는 방식보다는 삼성생명을 버리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밑으로 삼성전자를 직접 두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필 송채경화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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