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횡령과 뇌물죄로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판결을 받았다. 2008년 1월, 그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전봇대 뽑기였다.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 때문에 선박 블록을 운반하는 대형트럭 운행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대전광역시 동구 소제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철도원들이 살았던 관사촌이 있다. 오래된 나무 전봇대도 남아 있는 곳이다. 최근 도로 확장 문제로 대전시와 시민단체 사이에 관사촌 ‘철거’와 ‘보존’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불거졌고, 29일 대전시는 도로 확장 계획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많은 일이 그러하듯 과정의 민주성이 결과의 합리성으로 이어진다. 2008년 당시 대불산업단지의 차량 통행 문제는 전봇대 2개만 없앤다고 풀릴 일이 아니었고, 그조차 엉뚱한 전봇대를 뽑았다고 한다.
대전/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