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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투기와 폐기가 아닌 생명의 땅으로

등록 2021-04-30 21:11수정 2021-05-01 12:39

[토요판] 한 장의 다큐

사람들 때문에 땅이 생몸살을 앓고 있다. 씨앗을 품고 키워서 먹을거리를 만드는, 땅 본래의 노릇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 때문에.

잊을라치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투기의 대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에 더해 사람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버리는 곳 또한 땅이다. 당장 수도권만 놓고 보더라도 2600만명이 먹고 마시고 잠자는 공간에서 나온 생활쓰레기를 더 이상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인천 경인항 근처에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둔 인천시는 2025년 이후부터는 서울시와 경기도 쓰레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다른 쓰레기들은 어떨까. 전국의 모든 공장과 병원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과 의료폐기물 등이 대부분 농촌으로 향한다. 경남 합천에서는 330만㎡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태양광발전단지를 농지 위에 지으려 한다.

생명의 땅이 더 이상 투기와 폐기의 땅이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단체가 생겼다. 농민과 농촌과 농업을 위한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충남 홍성군의 밭두렁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다. 이웃한 갈산면 오두리에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서는 걸 막아낼 때 썼던 컨테이너 한 동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농토에 각종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서기 전에 주민들과 함께 막아내는 게 농본의 1차 활동 목표다.

출범 소식을 듣고서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 송전탑, 매립장 문제로 농본에 도움을 청한 데가 벌써 10곳을 넘는단다. 땅을 살리기 위한 법률 지원을 하지만 수임료는 받지 않는다. 비영리단체여서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마련해야 한다. 상근대표 1명과 더불어 지역 청년 2명이 반상근 활동가로 일한다. “지금이 한창 바쁜 못자리(파종)철이라 두 청년은 일하러 가고, 오늘은 나 혼자 있다”며 농본 하승수 대표가 29일 오전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컨테이너 사무실 안에서 일하고 있다.

홍성/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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