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룹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 부회장 변호를 맡은 김앤장이 전직 수사팀 검사를 영입하려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 재판에서 이런 문제로 잡음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쪽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재판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되면 검찰과 변호인단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10명의 5회 공판기일에서
“두달 전 퇴임한 수사팀 검사를 최근 김앤장에서 영입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언급된 전직 검사는 이 부회장 불법승계 의혹 수사팀에서 2년 동안 수사에 참여한 검사로, 이 사건 공소유지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팀에도 소속됐었다고 한다. 이에 현장에 있던 김앤장 변호사들은 “검찰의 수사기밀을 변호인단이 알아내서 변론한다는 것이냐”, “모욕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공판기일 때 나온 검찰의 주장과 관련해 김앤장 관계자는 13일 “(우리가) 먼저 (퇴임한 그 검사에게) 입사를 제의하진 않은 걸로 안다.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입사 문제는) 없었던 일로 예전에 결정이 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삼성 재판 과정에서 수사 관계자가 삼성이나 변호인단 쪽으로 이동하는 게 문제 된 건 몇 차례 있었다. 2019년에 김앤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압수물 등을 다룬 검찰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을 영입하려다 검찰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연루 의혹 재판 중에는
봉욱 변호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 합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봉 변호사가 2017년 5월~2019년 6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재직 중일 때 삼성바이오 사건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는데, 퇴임 7개월 만에 삼성 준감위 위원에 합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변칙적인 형사재판 관여 행위로 사법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은 전직 검사 영입 관련 문제제기 외에도 재판부에 ‘법정에 나올 증인들이 삼성이나 변호인단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의 혐의 입증을 위해 신청한 증인의 상당수가 삼성 현직이거나 삼성과 업무관계에 있는 이들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부당 합병 의혹 등에 연루된 삼성증권 직원들은 김앤장 변호사들과 함께 참고인 조사에 임했다고 한다. 증인들이 자칫 회사나 변호인과 접촉할 경우 객관적 진술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주장인 셈이다. 검찰의 이런 요청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달 1일까지 계속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받아야 하는 한아무개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에게 “증인신문 끝날 때까지 공정에 의심 살 수 있는 부분에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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