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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리대영향조사 결과 못 받아들인 식약처…자체 검증단 꾸렸다

등록 2022-05-03 04:59수정 2022-05-03 13:48

4년 조사에도 결과 발표 미루고
조사 확인 위한 자체 검증 나서
“입맛에 맞을 때까지 할건가” 비판
여성환경연대가 2017년 8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성환경연대가 2017년 8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생리대가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 조사 4년 끝에 지난해 4월 나온 생리대 영향조사의 결과다. 1년 가까이 이 결과의 발표를 반대해 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결국 자체 검증단을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식약처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데이터를 돌리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식약처는 최근 생리대 건강영향평가 조사 결과를 재검증하겠다며 전문가 검증단을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2018~2021년 벌인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종합결과 발표는 미뤄지고 있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파동 이후, 건강피해 규명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청원 제기로 이뤄졌다. 애초 조사 결과는 지난해 4월 나왔다. 일회용 생리대가 외음부의 생리 관련 증상(외음부의 가려움증·통증)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1월 민관협의회는 조사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외부에 발표할 최종 보고서의 문구 조정까지 마쳤다. 일부 이견은 보고서에 소수의견으로 담기로 했다.

제3의 기관에 분석 의뢰도 거부한 식약처

그러나 식약처는 사실상 ‘기존 연구진의 결론을 신뢰할 수 없다’며 추가 분석을 요구해오다 자체 재검증까지 나선 것이다. 연구진은 함께 결정한 조사 표본, 방법론을 식약처가 문제 삼으며 “지난 1년간 수차례 추가 분석을 요구했다”고 했다. 식약처는 추가 분석을 했는데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분석을 다른 연구자에게 맡기겠다며 기존 연구진에 원본 데이터를 달라고 한 일이 지난 2월 알려지기도 했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의 책임연구자인 정경숙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1년간 식약처 태도를 보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데이터를 돌리겠다는 심산으로 느껴진다”며 “(그렇게 조사 결과를 못 믿겠으면) 제3의 기관에 분석을 맡기자고도 해봤는데 식약처가 거부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 자체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가 꾸린 검증단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식약처가 기존 연구진에게 추가 분석을 요구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추가 검증을 사실상 ‘방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식약처는 조사·연구에 쓰인 일회용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노출량이 실제 인체 노출량이 아닌 추정값인 점을 문제 삼아왔다. 이에 정 교수는 지난 2월 식약처가 갖고 있는 생리대 90종의 유기화합물 노출량 데이터와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참여자의 생리대 사용 기록을 대조해 실제 노출량과 이에 따른 증상 등을 추가로 검증하려 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 재검증이 무산됐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환경부, 1년째 식약처에 끌려다녀”

환경부가 제구실을 못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4년간 민관협의회에서 활동한 한 위원은 “환경부가 이런 식으로 식약처에 끌려다닌 것도 1년째다.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환경부가 책임지고 조속히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조사의 주관 부처는 환경부이지만 후속 조처는 식약처 몫이다. (발표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주관 부처가 환경부여서, (자체 검증단 구성 등 식약처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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