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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저출산은 젠더 문제…여가부 강화해 인구 업무 총괄 맡겨야”

등록 2022-11-16 09:00수정 2022-11-16 09:41

이종규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여가부 없애 기능 강화? ‘성 주류화’ 위축 불보듯
현안 많은 복지부에서 성평등 업무 주변화 우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업무는 보건복지부로, 여성 고용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넘기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가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지 하루 만이다. ‘전광석화’가 따로 없다. 법률안 제안자 명단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일곱 글자 공약’으로 촉발된 여가부 폐지 논의가 마지막 관문에 다가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까지 여가부를 이끌던 정영애 전 장관은 14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때에 이어 또 다시 여가부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성평등이 지속가능한 내일을 가능하게 한다’라는 올해 세계 여성의 날 슬로건을 언급하며,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여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정 전 장관을 만나 여가부 폐지 논란에 대한 소회 등을 들어봤다.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지금 여가부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직전 장관으로서 심정이 착잡하실 것 같습니다.

“2008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뀔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제 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여가부 장관으로서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인터뷰를 하려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여가부가 좀 더 발전해서 우리나라가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성평등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길 바랐는데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여가부의 첫번째 존재 이유는 정부 정책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을 확산시키는 ‘성 주류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은 전문성과 의지, 관점이 상당히 축적돼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생색은 안 나는 일이기도 해요. 범부처 성인지 정책 컨트롤 타워인 여가부가 폐지되면 과연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여기기는 할까요? 결국 성 주류화 전략 추진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징후들도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정비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대상에 여가부 소관의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가 포함된 게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별영향평가(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는 성 주류화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정책입니다. 그 업무를 심의·조정하는 곳이 중앙성별영향평가위원회이고요. 명백한 성평등 정책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정부와 여당은 정부조직 개편으로 오히려 기존의 여가부 기능이 강화된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실은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구현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가부의 정책 목표는 (여가부 업무를 넘겨받게 될)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용 업무를 예로 들어 보죠. 여가부는 성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고 성별 분업의 해체, 돌봄 노동의 성평등한 분배를 위해 여성노동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둬왔습니다. 지난해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법’을 제정 13년 만에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면 개정한 게 한 예입니다. 법의 전면 개정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에 혼인·임신·출산·육아뿐 아니라 성별 임금격차 등 ‘근로조건’이 추가되고,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업무도 강화됐습니다. 채용과 승진, 임금 등에서 구조적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접근을 모색한 것도 여가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성 고용 확대와 노동시장 성차별 개선을 위한 여가부의 노력이 정착되기도 전에 이런 업무들을 고용노동부로 넘길 경우, 고용평등정책은 주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족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여가부에서는 가족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재구조화하고,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복지 수혜 대상자에게 적절한 혜택을 주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보건복지부와는 업무 목표와 방식이 다릅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여가부가 폐지되고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신설되면 2명(장관과 본부장)의 ‘스피커’가 생겨 기존보다 발언권이 커질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얘기입니다. 우선, 지금도 업무가 과다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무회의나 국회 상임위, 예결위 등에서 여성·가족 정책에 대해 얼마나 ‘스피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지금 조직이 너무 비대해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잖아요. 게다가 복지부 장관은 성 주류화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낮을 수밖에 없고요. 또 여가부 업무는 다른 부처와 협조하거나 조율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국무위원도 아닌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이 다른 부처 장관들을 대상으로 그런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정부 조직의 위계구조상 불가능합니다.”

―여가부는 예산이 1조5000억원밖에 안 되는 ‘미니 부처’이니, 보건복지부처럼 큰 부처와 합쳐야 성평등 정책도 힘을 얻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모든 정부 부처에는 각자 나름의 존재 이유와 기능이 있는 건데, 큰 부처로 가야 정책에 힘이 실린다는 주장은 가능하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서울이 인구도 많고 돈도 많으니까 다 그리로 합치자는 말과 뭐가 다른가요? 여성·가족 정책을 강화할 생각이라면 오히려 여가부가 실질적인 성 주류화 주무 부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처의 위상과 권한, 예산과 인원을 늘려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누차 강조하지만 여가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부의 모든 부처에 성평등 책무성을 부여하는 성 주류화 전략 추진입니다. 가뜩이나 현안이 많은 보건복지부 내에서 새로 추가된 성평등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질지 우려스럽습니다.”

―정부가 타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렇게까지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마는, 정치적 득실에 대한 계산이 분명히 있었겠죠. 그런데 같은 유권자임에도 여성의 지지에는 관심이 없고 ‘이대남’(20대 남성)의 마음을 얻는 데에만 골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성별 갈라치기를 해서 정치적 이득을 얻는 게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아니잖아요.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함께 돌보고 일하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는 일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각역 앞에서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전국집중집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 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각역 앞에서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규탄하는 전국집중집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부와 여당은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여가부가 추구하는 것은 ‘성평등’이지 ‘여성 우위’가 아닙니다. 평등이라는 건 결국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함께할 때 달성될 수 있는 가치인데, 여가부가 남성을 배제한다거나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여가부는 여성과 남성 모두 차별받지 않는 사회, 경쟁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초기의 여성특화적 법률과 제도들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맞춰 양성 모두를 포괄하는 제도로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도 다른 한 쪽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대립적이거나 갈등적인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고, 다양한 관계를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또한 차별 시정 노력을 젠더 갈등으로 이름붙이는 순간, 여가부의 어떠한 노력이나 정책도 젠더 갈등 확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주장은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남성 역차별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은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여가부는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면서,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학교 밖 청소년 등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한부모가족이나 학교 밖 청소년에 여성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또 여가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의 20% 정도가 남성입니다. 일부 남성들이 흔히 ‘여성할당제’로 오해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수혜 인원 중 75% 이상이 남성이고요. 물론 여가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은 이들 중에 여성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성폭력이나 스토킹, 가정폭력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이지 남성을 일부러 배제해서 벌어진 일은 아니죠. 강간, 성추행 등 성범죄 피해자의 90%가 여성이거든요. 성별 임금격차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부처 명칭에 ‘여성’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는 오해를 낳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것에 이의가 없습니다. 현재 여가부의 영문 명칭도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인데, 이걸 직역하면 ‘성평등가족부’입니다. 국제적으로도 ‘Gender Equality(성평등)’라는 말이 통용됩니다. ‘성평등’은 여성의 권력화를 지향하는 가치관이 아니라, 모든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 포용을 의미합니다.”

―물론 정치권과 언론이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20대 남성들의 불만과 피해의식이 큰 것 같습니다. ‘여가부 폐지’도 이런 정서에 편승해 남성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른바 ‘젠더 갈등’의 실체가 뭔지, 정확한 이해와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청년들이 제기하는 주거와 일자리 문제, 징병제 및 군대 내 처우와 관련된 문제들은 젠더 이슈로 수렴되거나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종종 사회적 불평등이나 다른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개인이 겪는 여러 문제들은 성별보다는 오히려 계층이나 학력, 지역 등 다른 원인과 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보다 약자인 집단을 비난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가부가 과거 권력형 성범죄에 미진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 성폭력 사건 때 불거진 ‘피해 호소인’ 논란도 자주 언급됩니다.

“여러 면에서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동안 질책도 많이 받았고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정부 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여가부는 피해자 편에 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 사건 이후, 피해자에 대한 의료적, 법률적 지원과 상담 및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지원 등 제도적으로 미비했던 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왔습니다.”

지난달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는 인구 문제를 강조해왔습니다. 한때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신 인구가족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습니다. 여가부 업무를 넘겨받을 복지부 산하 조직 명칭도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입니다. 인구 문제, 그러니까 저출생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여가부를 해체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 (여가부) 형태로는 인구 구조 및 가족 변화 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지만, ‘여성’ 없는 인구 정책은 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겁니다. 우리는 주로 인구 문제를 부동산이나 사교육, 지역소멸 등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대안도 각종 수당 지급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선진국들은 대체로 인구 정책을 젠더 관점에서 다룹니다. 성평등 없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인구 대책으로 일·가족 양립, 성역할 규범의 완화, 돌봄의 공유 등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 전문가들은 이상하리만치 젠더 문제에 관심이 없어요.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여가부를 강화해서 인구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족’의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던 여가부가 최근 입장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가부는 지난해 4월,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 1인가구 지원 등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와 견줘 법과 제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도 인정하고 있음에도 일부 보수 단체의 반대에 막혀 법 개정이 지연됐는데, 이제 여가부까지 반대하고 나서 가족 정책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한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시 그런 상황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매우 아쉽습니다.”

(2005년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가족 관념이 달라지면서, 동거·1인 가구 등도 가족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현실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정책 지원 대상에 포괄할 수 있도록 ‘가족’ 정의 규정을 삭제하고 법 이름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2020년 발의됐다.)

―여가부가 그동안 예산과 인력, 권한 등의 한계 때문에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가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한계를 느끼거나 한 적은 없습니까?

“정부 조직 내에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있다 보니까, 코로나 대응 경제 관련 회의나 인구 티에프(TF) 회의, 청년정책 회의 등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유관기관 회의에서 젠더 이슈를 제기해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적절한 대안이 논의되지도 못하고요. 그런데도 여가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아쉬웠습니다. 근본 해결책은 모든 부처 공직자들이 성인지 관점을 견지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런 체계가 확립될 때까지 여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관으로 일하면서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한 일을 꼽으라면 뭐가 있을까요?

“여성 고용과 성평등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출산이나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고용상 성차별 관련 업무는 고용노동부 소관이에요. 문제는 노동부가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가부가 그 일만큼은 권한을 강화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걸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논의 과정에서 주고받기를 통해 모종의 타협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으니 일단 믿어야죠. 물론 민주당이 지난번 선거를 앞두고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던 걸 생각하면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인식하고 원칙을 지켜나가길 기대합니다.”

―지금 여가부 폐지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 김현숙 장관 아닐까 싶습니다. 여가부 장관이 여가부 폐지론을 설파하고 다니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김현숙 장관을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김 장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장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 사회가 그에 걸맞는 수준의 성평등 정책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함께 배려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종규 논설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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