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의 개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의 시사회가 다음달 열린다. 박 전 시장 사망 3주기인 7월9일께로 예정됐던 영화 개봉일은 8월로 연기됐다. 여성인권단체와 시민들은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멈추라”며 27일 개봉 취소를 촉구했다.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등 40여개 시민단체들(정당 포함)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가 사망하고, 국가기관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인정받았지만, 피해자는 그 후 3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큐 영화 개봉 취소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또 “피해자가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하고,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이미 직장 내 성희롱은 성립한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왜 피해자의 일할 권리,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 잊혀질 권리,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려도 없느냐”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한 여성 노동자의 살아갈 권리를 빼앗지 말라”고 제작진에게 호소했다.
돌꽃 노동법률사무소의 김세정 공인노무사는 이번 다큐 영화 개봉과 관련 “박원순을 믿는다는 사람들의 언행은 성폭력 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중심주의를 가져야 한다는 사법부 입장을 정면으로 배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은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라며 “(제작진의 주장은)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뿐만 아니라 무결함까지 증명하라는 책임을 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15∼25일 〈첫 변론〉 개봉을 규탄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엔 시민 760명이 참여했다. 이 중 250명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성적 괴롭힘)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첫 변론> 제작진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영화 상영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