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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일본에 가해자의 책임 다시 묻고 ‘여성인권과 평화’ 허브를 이땅에

등록 2020-06-10 05:01수정 2020-06-10 22:45

위안부 운동을 말하다
전문가 릴레이 기고 ⑩김창록(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군 ‘위안부’, 지금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2015 합의’로 ‘다 끝났다’고 강변하는
아베 정부의 적반하장을 놔두어선 안된다

전세계 시민의 공감과 협력 속에
피해자와 활동가가 정립한 가치를
끊임없이 확산시킬 기구가 필요하다
2016년 8월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개최한 12.28 한일합의 강행 규탄 및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 도중 내린 비로 소녀상의 눈가에 빗물이 고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6년 8월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개최한 12.28 한일합의 강행 규탄 및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기자회견 도중 내린 비로 소녀상의 눈가에 빗물이 고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애써온 활동가들에게 2020년의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천박한 광기는 자신을 온통 갈아 넣은 삶의 문제, 존재의 문제이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이 지난 6일 영면에 드셨다. 할머니들과 함께한 16년간의 헌신을 되새기며 애통한 마음으로 삼가 명복을 빈다. 그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또 하나 물음이 더해졌다.

지난달 7일과 25일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는 무엇을 물었는가? 언뜻 듣기에는 토막토막 나 있고 때로 사실과 충돌하기도 하는 발언들. 그중 구미에 맞는 한두 조각을 골라내 마녀사냥의 도구로 삼는 것은 몰역사적인 추태이다. 기자회견의 취지는 적어도 지난 30년간의 ‘이용수의 삶과 언어’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답답함과 섭섭함이다. ‘30년이나 외쳤는데 왜 아직 해결이 되지 않느냐’라는 답답함, ‘그 긴 세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라는 섭섭함. 그 답답함과 섭섭함의 근본 원인은 ‘가해자의 책임 부재’이다. 그리고 그 가해자는 일본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이용수 대 윤미향’ ‘할머니 대 시민단체’라는 대립구도에 골몰하고 있다. 단언컨대 일찍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언론이 이토록 열심히 지속적으로 보도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침내 뛰어들어 잡은 구도가 ‘피해자 대 30년 동반자 시민들’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언론은 어디를 보고 있는가?

미래통합당은 더 노골적이다. 서둘러 꾸린 태스크포스(TF)의 이름이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티에프’이다. 그런데 오로지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해서만 파고들어 수많은 ‘의혹’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윤미향 의원 시누이 남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이사 가는 날의 소회까지 뒤져 ‘의혹’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의혹’들은 몇 단계나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야 도달할 수 있는 신기루이다. 참으로 처연해 보일 지경이다. 미래통합당에게 ‘위안부 할머니 피해’는 결코 일본이 가한 피해가 아니다. 도대체 미래통합당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제국의 위안부’ ‘반일 종족주의’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이라는 세 쌍둥이의 결론이 그것이다. 그 결론을 위해 ‘위안소’ 업자에게 거의 모든 책임을 돌린다. 하지만 누가 업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했는가?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도 소환한다. 하지만 가부장제의 책임을 가장 먼저 물은 것은 1990년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한 여성단체들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업자나 가부장제 이상으로 일본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1990년대 초에 문제가 비로소 제기되었을 때, ‘업자가 데리고 다니던 사람들’이라며 책임을 부정하던 일본 정부 스스로가, 1992년 1월11일 일본군의 가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언론에 보도되자 이틀 만에 ‘사죄’한다며 인정한 바로 그 직접적인 책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일본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인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단지 그들의 주장은 일본 우익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주장의 판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외교부에 ‘2015 합의’ 검증 티에프를 만들어 그 합의가 잘못된 것임을 밝혀냈다. ‘기림의 날’도 제정했고, ‘화해·치유재단’의 해산 절차도 밟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2018년 1월9일 외교부 장관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이라는 애매한 입장에 머물러 있다.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지만,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 둘은 서로 충돌한다.

일본 정부로부터 온 10억엔에 상당하는 103억원은 이미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기금에 편입되어 있다. 잘못된 합의에 따라 잘못 전달된 돈이므로 돌려주어야 한다.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2015 합의’를 내세우며 ‘다 끝났다’고 강변하는 아베 정부의 적반하장을 언제까지 내버려두려 하는가?

이제는 ‘피해자의 시대’를 넘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여전히 그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하루하루이지만 ‘피해자의 시대’는 머지않아 끝날 수밖에 없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그래서 2018년부터 논의된 ‘여성인권과 평화센터’ 구상의 실현,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좌절된 그 법적 토대의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연구하고 발신하고 교육하는 센터,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더 선명하게 확인된 전국 곳곳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이루어낸 성과와 그 열정을 엮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필요하다. 전세계 시민들의 공감과 협력 속에 대한민국의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인류사회에 새롭게 정립한 ‘여성인권과 평화’라는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산시키는 허브를 이 땅에 세워야 한다.

김창록 ㅣ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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