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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벚꽃길 따라 펼쳐지는 통영의 예술 축제장으로~

등록 2022-04-08 14:39수정 2022-04-08 14:49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새달 8일까지
시립미술관 나전 등 공예특별전
문화마을 서피랑에선 골목 전시
‘두 개의 바다’ 한산도 축제도

경상남도 통영시는 인구 12만명 남짓한 항구도시이자 예술의 도시이다. 소설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시인 김춘수, 화가 전혁림 등의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아시아 3대 음악제인 통영국제음악제와 통영연극예술축제, 통영예술제 등 다양한 예술 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벚꽃이 활짝 핀 통영의 봄은 예술 향기가 가득했다. 지난달 31일에 찾은 통영시 도남동. 3년마다 열리는 국제예술제인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5월8일까지)가 한창이었다. ‘통영; 섬·바람’을 주제로 미술, 도예, 사진,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축제다.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이 열리는 통영시립미술관, 기획전 ‘통영 옻칠거장 김성수를 만나다’전이 개최되는 통영옻칠미술관, 섬 연계전시 ‘두 개의 바다’가 펼쳐지는 한산도 등 통영 내륙과 섬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가 있는 동안 통영 전체가 문화예술관인 셈이다.

통영의 벚꽃 명소로 유명한 봉수로의 벚꽃길. 허윤희 기자
통영의 벚꽃 명소로 유명한 봉수로의 벚꽃길. 허윤희 기자

통영RCE세자트라숲에 있는 성백 작가의 작품 ‘메신저―그곳으로부터'. 허윤희 기자
통영RCE세자트라숲에 있는 성백 작가의 작품 ‘메신저―그곳으로부터'. 허윤희 기자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주제관의 영상 작품. 허윤희 기자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주제관의 영상 작품. 허윤희 기자

도시 전체가 미술관

옛 신아에스비(SB)조선소 연구동은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주제전 ‘테이크 유어 타임’(TAKE YOUR TIME)의 공간이다. 테이크 유어 타임은 ‘과거를 얻어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설계한다’는 뜻이다. 13개국 38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다. 프랑스 에두아르 아테노지(에드워드 아떼노지) 작가의 19세기 회화 작품부터 나전 장인 김종량 작가의 <만년의 혼>, 최신 인공지능(AI) 아트까지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 건물 계단에는 물의 형상을 영상 아트로 표현한 작품을 설치했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국제 커미셔너이자 공동큐레이터인 다니엘 카펠리앙과 현각 스님이 함께 만든 작품 <엘리베이션>이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조혜영 공동큐레이터는 “주제전 공간을 어두운 블랙박스처럼 만들어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며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명상의 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술을 통해 바쁜 삶을 멈추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기획한 것이라는 뜻이다.

주제전의 옆 창고 건물에는 청년 작가들의 작품 전시 ‘잇기―섬과 섬’이 진행되었다. 통영의 섬에서 지낸 청년 작가 14명(팀)이 섬에 관한 작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섬 주민들을 찍은 사진과 영상, 섬에서 주운 스티로폼으로 만든 작품 등이 있었다. 예술가들의 시선에서 본 섬사람들의 삶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통영의 벚꽃길로 유명한 봉수로에 있는 전혁림미술관에서는 ‘전혁림 특별전’이 열렸다. 화가 전혁림은 <늪>, <통영항> 등 독특한 색채와 풍경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 ‘색채의 마술사’로 불렸다. ‘전혁림 특별전’은 ‘바다·그 영원한 빛'이라는 주제로, 통영 바다와 하늘을 담아왔던 전혁림 화백의 미술 세계와 작품을 볼 수 있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특별전시행사다. 전혁림미술관의 1층 전시실은 ‘피카소와 전혁림'전으로 구성돼 있다. 전혁림의 <만다라>와 <민화로부터> 외 유화 소품 3점, 그 옆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무지개와 비둘기> 등 작품 4점과 피카소의 전시회 포스터 3점이 전시돼 있다. 전혁림 특별전은 트리엔날레 기간인 5월8일까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레지던시 결과 전시 ‘잇기―섬과 섬'. 허윤희 기자
레지던시 결과 전시 ‘잇기―섬과 섬'. 허윤희 기자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이 열리는 통영시립박물관의 내부 모습. 허윤희 기자
공예특별전 ‘수작수작’이 열리는 통영시립박물관의 내부 모습. 허윤희 기자

‘전혁림 특별전’이 열리는 전혁림미술관. 허윤희 기자
‘전혁림 특별전’이 열리는 전혁림미술관. 허윤희 기자

서쪽 벼랑 언덕의 마을

통영시 명정동과 서호동에 있는 서피랑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옻칠 회화, 판화 등을 전시하는 골목 전시회가 열렸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서 마련한 지역 연계형 행사다. ‘서쪽 벼랑’이라는 뜻의 서피랑은 벽화 마을로 유명한 동피랑을 마주 보고 있는 곳이다. 서피랑은 1945년 광복 이후 집창촌이 형성된 뒤 2000년 들어서 사라졌다. 낙후된 달동네로 남아 있던 이곳에 2013년부터 새바람이 불었다. 주민들이 나서서 새로운 마을 만들기를 추진했고 현재는 동피랑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피랑은 문학 여행지이기도 하다. 소설가 박경리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공간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99계단이 있는데 ‘소설가 박경리 문학 벽화 계단길’이라고도 한다. 계단 벽면에는 박경리 작가의 시와 말씀이 새겨져 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자연은 인성을 풍요롭게 하고 감성을 길러주는 교사다.”

99계단을 올라가면 정자인 서포루와 작은 공원이 나온다. 맞은편 동피랑, 통제영, 북포루와 잔잔한 남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사진가들 사이에서 통영의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그곳에 오르면 99계단에서 만난 박경리 작가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속에 적힌 통영을 마주할 것이다.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김약국의 딸들> 중)

서피랑의 99계단. 허윤희 기자
서피랑의 99계단. 허윤희 기자

옻칠 특별전 ‘통영 옻칠거장 김성수를 만나다'를 진행하는 통영옻칠미술관. 허윤희 기자
옻칠 특별전 ‘통영 옻칠거장 김성수를 만나다'를 진행하는 통영옻칠미술관. 허윤희 기자

폐가에 예술작품을 전시한 ‘바람잘 날 없는 집’에 참여한 청년작가들. 허윤희 기자
폐가에 예술작품을 전시한 ‘바람잘 날 없는 집’에 참여한 청년작가들. 허윤희 기자

한산도 등 섬으로 가는 배들이 있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허윤희 기자
한산도 등 섬으로 가는 배들이 있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허윤희 기자

한산도의 수루에서 본 바다

한산도, 사량도 등 통영의 섬도 예술 축제의 장이다. 통영시 남동쪽에 있는 한산도에서는 ‘두 개의 바다’라는 주제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토대로 만든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산도 제승당 관리사무소(휴게소)에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산도는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대첩이 벌어졌던 역사적인 장소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지휘했던 삼도수군(경상·전라·충청도)통제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통영이란 이름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유래된 것이다.

삼도수군통제영의 본영이던 제승당으로 가려면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한산도 제승당행 배를 타면 된다.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배로 25분쯤 걸린다. 선착장에 내리면 제승당으로 가는 해안길(1㎞)이 있다. 울창한 솔숲을 볼 수 있는 산책로다. 적송 군락지가 넓게 형성돼 있다.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 때 한산도의 적송을 썼다고 한다.

해안길을 30분쯤 걸으면 제승당이 나온다. 제승당은 ‘승리를 만드는 집’이라는 뜻으로, 충무공의 집무실이자 참모들과 작전을 짰던 곳이다. 충무공은 이곳에서 <난중일기> 1491일분 중 1029일분을 썼다고 전해진다. 제승당 들머리에 서면 오른편으로 수루가 있다. 수루에는 충무공이 읊었던 시가 현판에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탁 트인 한산도 앞바다를 볼 수 있다.

한산도를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섬을 관통하는 ‘바다 백리길’을 걷길 추천한다. 바다 백리길은 덮을개에서 망산(293.5m), 진두까지(12㎞, 4시간 소요) 이어지는 코스로, 섬 주민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던 지게길을 활용하여 조성한 것이다. 봄 내음 가득한 섬의 산과 바다를 동시에 여행할 수 있는 길이다.

한산도 제승당의 수루. 허윤희 기자
한산도 제승당의 수루. 허윤희 기자

한산도 제승당의 수루에서 본 남해 풍경.
한산도 제승당의 수루에서 본 남해 풍경.

통영/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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