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휴대전화는 ‘생계 수단’이다. 좀 과장하면, 취재원 수천명의 연락처가 담겨 있다. 휴대전화의 작고 앙증맞은 자판을 톡톡 쳐 그들과 대화를 한다. 거기서 기사가 나온다. 만약 잃어버린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데 얼마 전, 분실보다 더 끔직한 사태가 벌어졌다.
좀비가 달려든대도 까짓것 물리고 말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싫을 만큼 더운 날이었다. 취재원 ㄱ씨에게 문자를 했다. ‘휴가 언제 가세요?!’ 앙증맞은 이모티콘도 붙여 보냈다. 그런데 답이 영 석연치 않았다. ‘제가 그렇게 보기 싫으신가요?’ 속으로 ‘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보낸 문자를 확인해보니 헐! 비명을 질렀다. ‘휴가’가 ‘휴거’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종말론이 퍼져도 그다지 놀랍지 않은 지금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점 하나가 밖에서 안쪽으로 기어들어가는 바람에 나는 몹쓸 인간이 됐다.(물론 하트 뿅뿅 날려 웃음만발한 관계로 회복되었지만!) ‘미안’을 ‘미인’으로 잘못 쳐 ‘팫미?’ 문자를 받거나 ‘마약사범 작업’을 ‘마약사범 직업’으로 쳐서 졸지에 ‘미쳤니?’ 답을 듣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은 아○폰의 자판을 쪼그맣게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잡스 선생에게 있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