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름휴가차 타이 방콕을 다녀왔다. 소문처럼 물가는 쌌다. “모히토에 왔으니 방콕이나 먹자”는 아재 개그를 날리며 호텔에 딸린 수영장에서 모히토를 시켰다. 한국돈 만원이 안 됐다.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모히토를 마시는 기분, 그럴싸했다.
그냥 저렴한 호사를 누리고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은 항상 사람을 들뜨게 한다. “그래도 휴가인데, 기분 한번 내자”며 아내와 나는 꽤 고급 호텔 루프톱 바로 자리를 옮겼다. 64층 높이에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방콕에서 소문난 관광 명소였다.
“이야~” 테라스에 나가는 순간 감탄사가 터졌다. 방콕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곧 입간판처럼 생긴 메뉴판 앞으로 안내를 받았다. 샴페인 메뉴가 적혀 있었다. 우리 부부는 무심코 한 잔씩 골랐고,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샴페인을 마셨다. 그런데 뭔가 켕기는 기분, 이건 뭐지? 다른 손님들은 다 서 있는데, 우리 부부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순간 ‘설마’ 하는 심정에 다시 메뉴판으로 다가갔다. “헐.” 눈을 의심했다. 내가 예상했던 가격에 ‘0’ 하나가 더 붙어 있는 게 아닌가.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들고, 다시 한번 화들짝. 그 가격에 부가세 7%와 봉사료 10%가 추가됐다. 샴페인 두 잔 값이 우리 돈으로 22만원. 놀란 아내를 “고급 샴페인이야”라는 말로 진정시켰다. 잔을 부딪힌 우리는 “돈 많이 벌자”며 허탈하게 웃었다. 22만원, 지금도 내 가슴의 멍으로 남아 있다.
서울로 돌아와 확인해봤다. 자리에 앉지 않고 실내 매장에서 맥주나 칵테일을 시켜 테라스로 나가면, 5분의 1 가격에 야경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 서 있던 손님들은 그걸 알고 있었던 거다. 이래서 여행 가기 전 정보가 중요하다. 흐규흐규.
글·사진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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