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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면 미친다

등록 2016-09-22 10:50수정 2016-09-22 10:55

[esc]

그림일기를 졸업한 뒤 쓰는 일기장, 기억나세요? 날짜와 그날의 날씨, 그날 있었던 일과 기분, 느낀 점 등을 모두 글로만 써야 하는 그 일기장 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담임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했기에, 주중에 한 권을 다 쓰고 나면 새 일기장을 붙여 나머지 날들의 이야기를 적은 뒤 함께 내곤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로 묶인 일기장이 네댓 권쯤 됐을 땝니다. 다른 친구들과 제 일기장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친구들은 다 쓴 일기장을 폐품 수거할 때 가져와 그냥 버리는데, 저만 모으고 있었던 거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제 자신이 조금 뿌듯했습니다. 심심할 때 앞쪽의 일기를 들춰보면서 ‘아, 내가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고작 ‘초딩’ 주제에 말입니다.

여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분들이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근현대 생활유물을 모아온 김영준 시간여행 대표, 생활유물을 모으고 전시박물관을 짓는 데 사재 25억원을 들인 최규원 백제원 원장, 40년 넘게 생활유물을 모아 경기 파주 헤이리에 전국 최대 규모의 생활사박물관을 만든 최봉권 한국근현대사박물관 관장…. 대체 어떤 힘이 이분들의 오늘을 만들었을까요?

이분들뿐만이 아닙니다. 유튜브 스타 개그 크리에이터 유준호·조섭·안재억씨, 한국에서 일본식 돈가스 대중화에 성공한 윤종근 ‘명동돈가스’ 사장, 개그맨 유재석 등 이번주 ESC엔 사람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모두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아니 “뭐하러 그런 일을 하느냐”는 편견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해온 분들입니다. 그래서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게 만든 분들이지요. 짧게는 몇년, 길게는 몇십년 동안 그들은 어떤 심정으로 버텨왔을까요?

이분들의 이야기를, 그저 열심히 한 우물을 파면 된다는 ‘성공 신화’로 읽어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삶은 좋아하는 일을 하되 그 안에서 사회적·역사적 의미를 고려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라는 메시지 아닐까요? 저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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